베이비붐 세대 1100명 은퇴 쓰나미에 벌벌떠는 회사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무더기 은퇴가 산업 현장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본지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포스코·현대자동차·두산중공업 등 대형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향후 3~4년 사이 정년퇴직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정년퇴직자가 950명에서 2014년 1102명으로 늘어난다. 현대차 울산공장(230→510명), 대우조선해양(92→364명), 두산중공업(95→190명) 등도 퇴직자가 급증할 예정이다. 지금보다 최대 2배 많은 인원이 현장을 떠나는 것이다.

◇숙련공 대량 은퇴에 산업현장 비상

산업계는 한국 제조업 경쟁력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조선업종은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 근로자 개개인의 숙련도에 좌우되는 용접 작업 등이 주를 이룬다. 베테랑 직원들의 작업 능력은 세계 1위의 '조선 코리아'를 탄생시킨 주요인으로 꼽힌다.

현장의 주축을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퇴장하고 이들의 뒤를 잇는 젊은 세대가 생산노하우와 경험을 이어받지 못한다면 산업 현장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대형 조선사에서 35년간 근무 중인 엔지니어 김모(55)씨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이 현장을 떠나도 후배들이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다가오자 정년을 50대 중반에서 58세 이상으로 올렸다. 현대중공업·현대차는 정년퇴임을 했더라도 생산기술직 중 본인이 일할 의사가 있으면 1년간 계약직으로 더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중소기업 사정은 더 다급하다.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은 자체 교육기관이나 협력업체 등에서 젊은 숙련공을 육성해서 세대교체를 시도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베이비붐 세대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이들의 은퇴시기가 다가오자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예 정년을 없애는 등 초비상에 들어갔다.

인천 경인주물공단에 있는 A사 이모(58) 사장은 "지난해부터 58세였던 정년을 60세로 늘렸다"며 "정년을 지나도 얼마든지 더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60세가 넘어도 계약직으로 매년 비슷한 월급을 주고, 체력이 가능하면 70대까지도 일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생산직 직원은 모두 28명. 이 중 60대인 직원은 5명, 70대인 직원도 2명 있다.

◇퇴직인력 활용이 시급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현장에서 물러나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경북에서 고기능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백모(61) 사장은 "숙련공들이 나가고 나면 인건비라도 싼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젊은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에 재고용되는 추세가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들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은퇴자에 대한 전직(轉職)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본부장은 "정부 차원에서 은퇴자 재고용을 지원하고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기 전에 젊은 기술인력을 키우는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