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이 뭐길래…올인했다 돈 만 까먹어

웅진그룹이 최고 알짜 계열사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고 대신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힌 분야가 태양광 사업이다. 태양광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삼성·LG·한화 등 주요 그룹이 미래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아 줄줄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태양광 산업은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업별 실적 발표에 따르면 국내외 태양광 기업들은 최악 상황이다. 태양광 산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재정 위기와 공급 과잉 여파로 주요 기업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연기 방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삼성SDI·LG전자 같은 대기업도 태양광 사업부의 적자 폭이 커지며 모(母)회사의 실적을 깎아내리고 있다.

◇적자에 사업 중단·연기 속출

지난 2일 페인트·건축자재 국내 1위 KCC는 2011년 4분기 당기순손실 1084억원을 냈다고 밝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은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이었다. 회사 측은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아 폴리실리콘 공장의 설비 가치 3237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KCC의 충남 대죽 공장은 폴리실리콘을 연 3000t 생산할 수 있으나 현재 3개월째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KCC가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사업 포기까지 결정할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말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3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1년 전의 반 토막 수준이다. 유럽 재정 위기로 태양광 보조금이 깎이며 수요가 줄었는데도 중국 경쟁 업체들이 공급을 오히려 늘린 탓이었다.

회사 측은 "현재 업황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KCC가 폴리실리콘 설비를 해체한 뒤 매각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삼성SDI·LG전자·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의 태양광 사업부도 사정이 심상치 않다. 이 기업들은 태양광 사업부 실적을 따로 발표하지 않지만,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300억원, LG전자·현대중공업은 각각 1000억원 안팎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인 2차전지 배터리, TV, 선박 제조 등에서 번 돈을 태양광 사업부가 상당 부분 까먹은 셈이다.

태양광 대불황을 맞아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 1·2위를 다투는 OCI조차도 공장 증설 일정을 늦췄다. OCI 이우현 부사장은 지난 7일 실적 발표장에서 "올 연말 완공 예정인 4공장 준공을 몇 달 늦추고, 5공장 착공 시점은 상황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OCI는 그동안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분기마다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이익) 30~60%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이익률 7%로 평범한 실적을 냈다.

◇여전히 태양광 투자는 기회

일부에서는 태양광 산업이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보고, 언젠가 찾아올 호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급 과잉 주역이었던 중국 기업들이 상당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도 태양광 산업이 불황 끝자락에 와 있다는 근거 중 하나다. 지난해 연말 중국 정부는 자국 내 20개 업체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도록 했다. 나머지 30여 소규모 업체는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공장을 폐쇄한 상태다. 자체적으로 공급을 줄여보려는 노력이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에 걸쳐 태양광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적인 사업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