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증시 유입 계속되나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이끄는 외국인 장세가 시작됐다. 덕분에 국내 증시도 6개월 만에 2000선을 탈환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8조4000억원가량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구하기 위해 대량으로 돈을 풀고 있다. 이 돈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금융권 자금난도 일정부분 해소되고 넘치는 자금이 한국 등 아시아 증시로도 흘러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유동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8조원가량 순매도하면서 주식을 많이 줄여놓은 상태인데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매수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설명이다.

◇유동성장세 지속될 것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들의 자금은 절반 이상이 유럽계 자금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21일 시중은행에 장기대출을 해 줬는데, 이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들의 순매수 금액 중 유럽계가 4조3000억원, 미국계 자금은 2조1000억원이다.

이런 유럽 중앙은행의 장기대출은 이달 말에도 2차분이 예정돼 있는데, 이 경우 외국인 자금이 추가 유입될 것이란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 2월에 집중된 유럽 국채 만기가 일단 고비를 넘기는 시점부터는 매수 강도가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현재 국내 증시 이외에 대부분의 신흥국 국가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글로벌 유동성의 신흥국펀드 유입자금을 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중국과 브라질에 각각 27억2300만달러, 16억7800만달러가 몰려들었다.

국내 증시에도 같은 기간 11억9900만달러가 유입됐다.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도 덩달아 수혜를 입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적 성향 우려도

다만 외국인으로 인한 자금 유입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것은 대체로 단기투자하는 영국계 자금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올 들어 증시에 유입된 자금 중 영국계 자금이 2조8000억원에 이른다. 영국계 자금의 경우 헤지펀드 등을 통해 단기간 투자하는 비중이 커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ETF(상장지수 펀드) 등 지수상승에 도박하듯이 투자해 단기 차익을 내려는 성향이 짙다"며 "국내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하게 되면 자금 회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ㆍ화학ㆍ금융업종 사들인다

그럼 외국인 장세가 지속될 경우 수혜가 가능한 업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외국인들은 실적이 호전된 IT업종과 지난해 하락폭이 컸던 화학, 금융업을 중심으로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IT업종의 경우 올 들어 1조9912억원을 순매수하고 있으며, 화학업종과 금융업종은 각각 1조5658억원, 1조516억원씩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경우 시가총액 비중과 유사하게 주식을 사들이는 특성이 있어 사들이는 업종과 종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IT와 금융업종 등 그동안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주식을 사들이는 상황"이라며 "화학업종은 글로벌 상품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이와 연계되는 종목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