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드라마 빠진 각국서 한국문화재 전시 요청 쇄도

"지금 헝가리에선 젊은이들이 K팝에 열광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 문화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어요. 우리는 5000년 역사를 가진 한국 문화의 본질이 궁금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에 헝가리 국립박물관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헝가리 국립박물관 특별 전시실을 할애할 테니 한국 문화의 정수를 담은 미술품을 보내줄 수 있겠느냐"며 "헝가리 사람들은 불교미술과 신라 고분 출토 문화재에 관심이 많을 테니 이런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드라마·K팝 등 대중문화에서 시작한 한류가 그 근간인 '한국 문화 깊이 보기'로 심화되고 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미국·서유럽뿐 아니라 한국 문화 불모지였던 남미와 동유럽에서까지 "한국 문화재 전시를 열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2년 전 소규모로 한국 미술 특별전을 개최한 체코 국립박물관도 "동유럽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으니 좀 더 크게 한국 전시를 다시 열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겠다며 우리가 먼저 문을 두드려야 했으나 이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주문'이 밀려들어 선택을 고민해야 할 상황.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은 "우리 유물이 밖으로 나가는 전시가 줄줄이 잡혀 있어 당장은 힘들겠지만, 동유럽에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좋은 기회인 만큼 올해 중 헝가리·체코 국립박물관을 찾아가 전시 장소 등을 살펴본 후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미·동유럽까지 "한국을 보여줘"

올해 11~12월 브라질 상파울루 미술관에서는 '조선 도자전'(가칭)이 열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브라질에서 성대하게 개최하는 '한국 문화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특별전. 조선시대 백자·분청사기를 비롯해 현대 도자기 등 70여 점이 전시된다. 남미에서 우리 문화재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 윤금진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예술교류부장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에서 K팝이 워낙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 문화 수요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 밖에도 올해는 터키, 내년엔 멕시코에서 우리 문화재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멕시코 국립박물관에선 아예 "우리의 마야문명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신라 토기와 토우(土偶)를 주제로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해왔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에서 블록버스터급 '신라 특별전'

미국·영국 등 세계 유수 대형 박물관에서도 블록버스터급 한국 특별전이 열린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내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열리는 '신라 미술 특별전'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전시실부터 달라졌다. 과거 한국 미술 전시회가 박물관 내 '한국실'에서 주로 열렸다면, 이번엔 박물관 메인홀인 1층 기획 전시실에서 초대형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경주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보급 유물이 대거 선보일 예정. 한류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도 "2016년쯤 한국 전시를 대형 기획전으로 열고 싶다"고 요청이 들어온 상태다.

미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특별전도 줄지어 예정돼 있다. 내년 10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관에서 조선시대 미술전, 2014년 3월부터는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휴스턴미술관·LA카운티미술관 순회전으로 역시 '조선시대 미술'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개최된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