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으로 20일 입원했던 김모(60)씨는 "암환자는 진료비의 5%만 내면 된다고 하더니 진료비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병원에 항의했다. 전체 진료비 1747만원 중 그가 낸 돈은 445만원. 전체 진료비의 25.5%였다.
원래 암 환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의 5%만 내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진찰료·식대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진료비에만 적용된다. 김씨가 낼 돈이 많아진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들 때문이다. 비급여는 환자가 특정 의사를 선택했을 때 내는 '선택진료비' 비중이 절반가량(43%)을 차지했고, 일반검사료·치료재료대·마취료 등 비중도 컸다.
이처럼 '비급여' 비중이 커지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한 비용의 비율이다.
8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로 2009년(64%)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건강보험료는 2006년에서 2010년까지 32%가 올랐는데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같은 기간 64.3%에서 62.7%로 1.6%포인트 떨어졌다. 보험료는 더 내는데도 보험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어 서민 가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병·의원들이 진료비 수입을 늘리기 위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로봇수술 같은 신의료 기술이나 MRI 등으로 과잉진료를 해 보장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질병별로 포괄수가제(정액진료제)를 확대해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고, 건강보험료를 올려 재정을 확충해 보험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