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서관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이학박사

"저도 조선일보를 읽을 수 있어요. 한번 보여 드릴까요?"

지난 7일 서울 중구 보건분소 2층에 있는 종달새전화도서관. 4살 때 사고로 시(視)신경을 다쳐 그의 표현대로라면 '불빛조차 볼 수 없는' 신인식(55) 목사가 말했다. 전화기를 든 그가 버튼을 누르자 이날 1면 머리기사가 제목부터 한 문장씩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1994년 세운 종달새전화도서관에서 해주는 서비스다. 신문 두 가지로 시작한 이 서비스가 현재는 무려 58개 신문·방송과 12개 월간지로 확대됐다. 이용자도 하루 5000명에 이른다. 신 목사는 "처음엔 성우가 녹음하다 보니 그날 저녁은 돼야 서비스할 수 있었다"며 "3년 전부터 웹 화면의 글을 음성으로 바꾸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턴 기사가 웹에 뜨자마자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부터 동료와 이 시스템 개발에 나서 2008년 특허('전화를 이용한 음성 포털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그 방법')를 받았다. 작년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구대에서 직업재활전공으로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논문은 'ARS시스템 기반 시각장애인 웹 사용성 모형 개발'. 신 목사는 "국내에선 접근성만 강조해 시각장애인용 웹페이지를 갖추라고 하지만, 만들어놓고선 업데이트가 안돼 쓸모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종달새전화도서관처럼 정상인을 위한 콘텐츠를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선 끊임없는 도전으로 유명하다. 30대 초반이던 1978년 한국시각장애인선교회의 전신인 한국맹인서비스센터를 만들었고, 1994년 목사가 된 뒤 1996년부터 6년간 서울 남산교회 담임목사를 지냈다. 지금은 화곡동 온누리교회에서 주일 오후예배를 맡는다. 시각장애인선교회에선 2004년 9대 회장을 맡았고 3년 전부턴 이사장으로 있다. 명지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미국 페이스신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1일엔 시각장애인으로선 해내기 어려운 전화교환수, 신문배달 등을 하며 꿈을 좇던 어린 시절과 장애인들을 위해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본 책 '꿈꾸는 자의 무한도전'도 펴냈다. 그는 "장애인은 무능한 사람들이 아니다"며 "정보만 제대로 제공되면 비장애인과 다를 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종달새전화도서관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서울시와 중구청에서 한 해 6000만원을 지원받지만, 실제 운영에는 3~4억원은 들어가므로 독지가들의 도움과 음악회 수입 등으로 메우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서비스잖아요. 자치단체나 기업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시각장애인은 실제로는 50만명에 가까워요. 그리고 노인층이나 다문화가정에도 아주 도움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