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중학생의 눈물… 학교를 살려주세요

한 아이의 엄마인 45세 주부 최상빈씨는 올해 고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는 8일 오후 강릉 인문중고교 강당에 고운 한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42세에 만학(晩學)의 뜻을 세우고 3년 만에 중학교를 졸업하는 기쁜 날이었다. 옆에는 최씨처럼 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 40여명이 앉아 있었다. 학생 대부분이 최씨처럼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교육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생년월일이 적힌 졸업장과 상장 수여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 100여명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곧이어 신명승 교사가 연단에 올라 회고사를 읽기 시작했다. "긍지를 갖고 학교를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해 주기 바랍니다. 어려운 난국이지만 학교가 살아나길 기원해 주십시오."

중년 남녀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몇몇은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최씨는 "나이 들고 배움에 대한 꿈이 생겨 뒤늦게 중학교를 졸업하게 됐는데, 고교 진학이 어려울 모양"이라며 "정든 학교를 옮기고 싶지도 않고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목이 메었다.

40년 전통의 이 학교에는 작년부터 불운이 찾아들었다. 학교장 김모(67)씨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교사 정원을 부풀려 강원도 교육청으로부터 인건비 등 12억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작년 10월 구속 기소됐다. 3월 말쯤 예정된 선고 공판에서 김씨가 금고 이상을 선고받으면 학교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폐교된다.

다급해진 동문과 교사들은 작년 11월 '법인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강릉시가 2억원가량을 출연해 공익 재단법인을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하면서 해결 기미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학교를 운영하려면 일정한 시설과 설비를 갖춰야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시설은 김씨 소유다. 김씨는 학교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교육청은 편취한 보조금 회수를 위해 학교를 공매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작년 4분기부터는 교육청의 보조금마저 끊겼다. 그러자 봉사 교사들이 그간 교통비 등으로 받은 수고비를 도로 걷어 900여만원을 내놨고,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500만원을 모아 겨우 운영비를 충당했다.

추진위는 교육청을 찾아 강릉시나 교육청이 학교를 기부채납 받고 다시 임대나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이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인문중고교는 올해 신입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입학 문의가 잇따르고는 있지만, 학교는 "사정상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안내만 할 뿐이다.

중학교 44명, 고등학교 37명인 재학생 81명도 갈 곳이 없다. 강릉 지역에서는 중학교 과정의 평생교육 시설이 이곳 하나뿐이고, 고교 과정에는 방송통신고가 있으나 학생 대부분은 이 학교에 남고 싶어한다.

고교 2년 과정을 마친 남상훈(57)씨는 "정든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다. 가정 형편으로 동생들을 가르치느라고 늦게 학업을 시작해서 1년만 더하면 졸업인데…" 하며 목이 메었다.

지난 1965년 재건 학교로 설립된 강릉 인문중고교는 1989년 학력 인정을 받는 야간학교로 운영되면서 지금까지 졸업생 2000여명을 배출했다. 현재도 상주 교사 3명을 비롯해 현직 교사, 교수, 회사원 등 봉사 교사 36명으로부터 배움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