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까지 우리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과거 우리의 삶은 넉넉하지 못했고, 현재의 생활수준이 매우 놀라운 것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석우 박민일 박사 기증 유물전―잊혀진 풍경, 그리고 사람들' 전시회다. 4월 30일까지 강원대학교 중앙박물관(관장 유재춘)에서 열린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우리 선배들의 피와 땀이, 불만은 있지만 현재의 삶의 기반이 됐음을 보여준다.

◇"50년이 지나면 사료가 된다"

전시회는 '아리랑 박사 1호'로 유명한 박민일 박사(강원대 명예교수)가 2010년 기증한 자료들로 마련됐다. 189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의 일상 생활모습을 담은 사진엽서 212점이 전시된다. 전시회에는 이제 잊혀지고 희미해졌지만 지금과 아주 가까운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시대의 소박한 세상 풍경을 담은 엽서들이 등장한다.

국립춘천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에 이어 강원대 박물관에도 사진엽서를 기증한 박민일 교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그 시절의 대중잡지와 교지, 논문집, 신문지 광고, 영화 프로그램 등을 모으는 수집광이었다. 정년퇴임한 2002년부터 실생활을 담은 사진·그림엽서들을 수집하기 시작한 박 교수는 "신문지에 끼워오는 광고지나 영화 팸플릿도 30년이 지나면 자료가 되고, 50년이 지나면 사료가 된다"며 지난 시절의 자료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가치를 강조했다.

외국인 선교사나 일본인들에 의해 찍힌 사진으로 만들어진 엽서 속에는 강원도만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모습들도 담겨있다.

사람이 직접 올라가 면을 뽑아내던 '막국수틀'에는 춘천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로 정평이 나 있는 막국수의 깊은 역사가 숨어있다. 또 소를 살 수 없던 가난한 농가에서 주로 쓰던 '인걸개'(소 대신 사람에게 걸어 밭을 갈 수 있도록 하는 농기구)는 강원도에 특히 많았던 화전에서 소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던, 강원도의 특색이 묻어있는 농기구다. 사진엽서 속에서 소를 대신해 인걸개를 매고 밭을 가는 한 부부의 모습은 그시절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관기에서 샌드위치맨까지

전시회에는 가뭄에 물을 퍼서 논에 물을 대는 역할을 했던 '용두레 지레'와 여인들의 얼굴가리개용으로 쓰이던 '방갓', 관에 소속된 기생으로 후에 근대 문화예술의 선구자이자 개척자로 거듭났던 '관기', 옷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는 '승무', 조선시대의 민속세시놀이였던 '널뛰기' 등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장마당(시장)의 점포상과 노점상, 행상 등의 모습도 눈에 뜨인다. 특히 자리를 얻지 못해 팔 물건을 가슴과 등에 매달고 다니는 행상이었던 '샌드위치맨'은 관심이 가는 사진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엽서들을 기증한 박민일 박사는 "네 번에 걸쳐 어렵게 모은 역사문화에 대한 사료와 자료들을 기증하는 것은 후손들의 역사의식을 살찌우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동산, 부동산이 많은 사람들도 움켜쥐고 있지만 말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복지한국에 기여하는 것"이란 철학을 갖고 있다.

7월에는 박수근 그림의 모티브가 되는 모습이 담긴 사진엽서 70장을 박수근 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