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밥상 자연스러운 맛의 비결은 동네 목욕탕"

"노래하기도 바쁠 텐데 어디서 이런 걸 배웠슈?" "다 한다니께유. 나두 살림해유."

지난 7일 충남 금산군 진산면 오항2리 노인회관. 주민 김영순(69)씨가 묻자 능숙하게 버섯을 썰던 가수 양희은(60)이 사투리를 흉내내며 즐겁게 답했다. 주민 대부분이 노부부인 마을이 아침부터 들썩였다. 2002년 4월 시작돼 11일로 500회를 맞는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중심 코너 '양희은의 시골밥상' 녹화가 시작된 것.

'시골밥상'은 양희은과 그의 조카(배우 양희경의 아들)인 배우 한승현(30), 방송인 오태연(24) 등 3명이 전국 시골 마을 안주인들이 차려주는 소박한 밥상을 소개하고 훈훈한 정도 전하는 코너다.

이날 녹화는 '잘 먹고 잘 사는 법' 500회를 맞아 특별하게 진행됐다. 시골밥상팀이 영계백숙, 돼지고기 수육, 잡채 등을 만들어 마을 어르신들께 대접하며 잔치를 벌인 것.

"평범하죠? 그게 좋아요. 비위 약하신 어머니 아버지들께 별스러운 것 드리면 안 되거든. 그동안 얻어먹기만 하고 왜 진작 차려드릴 생각을 안 했나 몰라."

데뷔 41주년을 맞은 국민 가수 양희은. 그러나 시골밥상이 인기를 끌며 요즘은 거리에서 '이번 주말엔 어떤 음식이냐'는 질문을 더 받을 정도라 한다. "2008년 내가 먼저 음식 프로를 해보자고 제작진에게 제안했어요. 음식이 뭔지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떠드는 게 못마땅했거든. 살림해본 사람이 해야죠."

지금까지 다닌 마을만 전국 160여곳. 양희은은 꼭 녹화 전날 취재진과 내려와 마을 사람들과 부대낀다. "꼭 동네 목욕탕에 가서 얘길 나눠요. 전남 진도 목욕탕 풍경이 생생해요. 아줌마·할머니들이 욕조 앞에서 서로 부항 떠주고 아이스커피를 양푼에 담아 국자로 떠 나눠 마셔요. 그렇게 부대껴야 녹화 때 편안해져요."

기억에 남는 음식을 꼽아달라고 하자 고민하던 양희은은 강원도에서 배웠다는 두 가지를 얘기했다. 능이버섯에 무를 채 썰어 끓인 '능이버섯무채국'과 고추장·된장을 버무린 '뽁짝장'으로 끓인 찌개. "뽁짝장을 물에 풀어 끓이다 양파·풋고추를 송송 썰어놓고 끓여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먹어보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서울 토박이인 양희은은 "엄마 손맛은 진작 알았지만, 음식하는 재미는 결혼하고서 알았다"고 했다. 지인·후배들을 불러 '집밥'을 해먹이는 인심과 더불어 손맛도 소문났다. 그런 그에게도 시골 어머니 손맛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한다.

"녹화 끝나면 집에서 그대로 해보지만 절대 그 맛이 안 나. 속상했지만 왜 그런지 알 것 같아. 어머님들은 한결같이 텃밭이 있어요. 텃밭에서 가꾼 재료는 발가락으로 무쳐도 맛있거든(웃음). 거기에 '우리 새끼 밥 준다'는 정까지 담으니 못 따라가죠."

양희은은 그동안 익힌 요리법을 모아 지난해 책 '양희은이 차리는 시골밥상'도 냈다. 그가 '시골밥상'을 통해 터득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 "밥상에 사랑을 얹으세요. 부부가 함께 밥상 차리고, 밥 먹을 땐 남이랑 비교 말기. 밥 먹다 부모님 얼굴 떠오르면 당장 전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