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빈티지 인삼酒' 빚는 교수님

정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1호 술박사. 술 마케팅으로 프랑스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가 분석한 것이 스카치위스키나 프랑스 코냑이 세계적인 명품이 되는 과정이었다. 그는 "명품이 된 스카치나 코냑은 전통과 지역성, 제조법 등이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가 술에 더해졌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명품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명품주는 오로지 물과 재료로만 빚어내는 반면, 한국에서는 막걸리나 전통주 모두 감미료를 쓰는 것이 그의 큰 불만이었다.

정 교수는 '빈티지 인삼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직접 술 회사를 차린 이유. 그는 "아무도 하지 않으니 내가 직접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술 저장고에 들어가 보니 주문자들의 이름을 독 위에 적어놓은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그도 아직 이 술들은 맛보지 못했다.

"80년대 초 프랑스에 유학할 때였죠. 코냑으로 유명한 '까미유' 집안의 친구에게 초대를 받았어요. 지하의 술 저장고로 데려가더니, '우리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담근 술이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라고….' 그렇게 아주 조금 그 코냑을 맛보았죠. 그건 술이 아니었어요. 그건 까미유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요."

젊은 시절 프랑스에 유학하면서 경험했던 술의 정신을 정헌배(57)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3년 전 경기도 안성 가사동의 300평 부지에 '정헌배 인삼주가'를 세워 실천에 옮기고 있다. 3층 건물 지하의 술 저장고에서는 800명이 주문한 1600독의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누룩 익는 냄새와 술이 발효되는 냄새가 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최소 3년은 익어야 해요. 그래야 숙성주라고 할 수 있죠. 이달 말이면 첫 주문자 60명이 주문한 술들이 3년차가 되요. 그때는 나도 맛볼 수 있겠죠." 첫술이 나오면 일단 고객들에게 맨 먼저 물을 것은 '고(go)냐, 스톱(stop)이냐'는 것이다. 집으로 가져갈지 더 보관할지를 묻는 것.

술마다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한 고객의 술은 담은 날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이 겹치면서 'DJ주'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정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을 흠모하던 한 인사가 그분에게 '2~3배 가격을 줄 테니 나한테 팔라'고 몇 차례나 설득을 했는데도 아직 변화가 없다"며 "술은 이처럼 어떤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했다. 그 외에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노사모'에서 담은 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술 같은 것에서부터 3년 뒤 결혼 20주년에 맛보기 위해 담은 술 등 개인적인 의미를 담은 술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