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억제도 안 통해… 무섭게 뛰는 서민 물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의 맥도날드 가게를 찾은 직장인 주모(32)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얼마 전까지 3000원이었던 '소시지 에그맥머핀'이 3200원으로 올라 있었던 것. 주씨는 "원래 이 가격이냐"고 묻자 점원은 "3200원이요"라는 말만 되풀이하고선 고개를 돌려버렸다.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분유·채소·햄버거·커피 등 먹고 마시는 상품은 물론이고 기름값·공공요금·전세금까지 줄줄이 올라 팍팍한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이 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1일 불고기버거 세트와 아침 메뉴인 에그맥머핀 세트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주씨는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구도 없이 메뉴판만 슬쩍 고쳐 뒀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패스트푸드점 버거킹도 작년 연말에 햄버거 10종의 가격을 올렸다. 던킨도너츠는 최근 커피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기업들은 작년 정부의 강력한 물가상승 억제정책에 따라 가격 인상을 자제하다 작년 말부터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직장인 정유진(30)씨는 이날 분유를 사려고 온라인장터(오픈마켓)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구입하던 남양유업 '임페리얼XO' 가격(3통 묶음)이 5만7000원으로 작년 말보다 4000원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한 달에 분유 7~8통을 사는 정씨는 매달 3만원가량 돈이 더 들게 생겼다. 정씨는 "아기 분유값 벌려고 회사 다닌다는 말이 정말 실감 난다"며 "매달 전세 대출금 갚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은 뻔한데 생필품 값이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가격도 상승세다. LG생활건강은 샴푸·비누 등 제품 100종의 가격을 3~8%씩, 수입 화장품 브랜드인 SK-II도 제품별로 3.5~10.4%씩 올렸다.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 제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농심켈로그의 경우 지난 1일 '콘푸로스트', '스페셜K' 등을 4~5%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가 5일 뒤에 취소했다. OB맥주도 지난해 12월 가격을 7.48% 올렸다가 3일 만에 원위치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제품들의 가격 인상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국제 곡물가격 등 원자재 조달비용이 많이 늘었는데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힘들게 버텼다"며 "비용 부담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4% 올랐다.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9%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그동안 억눌려 왔던 가공제품 시장의 물가 상승 압력이 분출하면서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정부가 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서민 가계에 충격이 덜하게 인상 품목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