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휴무 늘려야" vs "일자리 줄일거냐"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신길시장 골목길. 장바구니를 든 손님 5~6명만 오갈 뿐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송모(30)씨는 "차 몰고 대형마트 다니던 사람들이 한 달에 1~2번 마트가 쉰다고 시장통 찾아 와서 장을 보겠느냐"며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뭔가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강제휴무제를 둘러싸고 시장 상인과 대형마트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7일 전북 전주시가 대형마트에 대한 강제휴업 조례안을 통과시킨 이후 전국적으로 영업제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과 중·소수퍼마켓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휴업한다고 죽었던 시장이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요구사항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이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아파트 단지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최모(57)씨는 "밤늦게 열심히 일하는 수퍼와 구멍가게는 먹고살 수 있도록 대형마트나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 휴무일을 더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63)씨는 "대형마트가 한 달에 2번 쉬는데, 휴업일 전날이나 다음날 마트엘 가면 그만 아니냐"며 "마트가 매주 쉰다면 동네 가게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는 "강제휴무 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사가 가입해 있는 체인스토어협회는 영업시간 제한 조례제정 움직임에 대해 헌법소원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홈플러스·코스트코 등 외국계 회사들은 강제휴무 규정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무역협정에 어긋나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형마트들은 "월 2회 휴무만 해도 매출에 심각한 타격이 온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중에 하루 쉬면 매출의 2~2.5%가량, 휴일에 쉴 경우 매출이 5% 줄어 한 달 총 매출이 7~10%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을 감안해 몸을 사리던 대형마트들은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골목상권 보호 효과는 크지 않고 국내 유통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영업시간 제한으로 매출이 줄면 1개 마트당 300~500명에 이르는 근로자를 줄여야 해 지역의 일자리가 줄고, 마트에 입점해 있는 미용실·식당(푸드코트)·약국 등 독립 매장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형마트들은 강제휴무제가 실제로 시행될 것에 대비한 조치도 강구하고 있다. 일부 마트는 휴업일 전날이나 다음날 가격할인 폭을 확대하고, 멤버십 포인트를 추가 부여하는 등의 고객 잡기 대책을 검토 중이다. 또 휴업일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마케팅을 강화해 고객을 흡수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증권가는 대형마트 강제휴일제가 시행돼도 휴업일 전날·다음날로 고객이 분산돼 실질적인 매출 감소 수준은 3%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강제휴업일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지자체마다 휴업일이 다르면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도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나서 휴업일을 전국적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지난 7일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다음 달 중순 이 시행령이 확정 공포되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