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했어도(작년 2분기 L당 100원)… 정유사들 사상최대 실적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석유화학, 윤활유 등 신사업 부문의 약진과 해외 수출이 기름 값 할인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이 68조3754억원을 나타내며 역대 최대였던 2010년의 53조7225억원에 비해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51% 늘어난 2조8487억원으로 2008년의 1조8914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76.8% 급증한 1조1491억원이었다.

GS칼텍스는 매출은 사상 최대였던 2010년에 비해 36% 증가한 47조9463억원, 영업이익은 68% 늘어난 2조200억원을 거뒀다. 에쓰오일은 매출 31조9140억원, 영업이익 1조6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 94% 늘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에선 GS칼텍스는 1조2360억원, 에쓰오일은 1조2126억원으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1조원대를 나타냈다. 다음 달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오일뱅크도 매출은 18조원,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거둬 2010년의 13조3270억원, 2235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2분기 L당 100원 할인을 시행하며 국내 정유부문 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정유사들이 새로운 먹을거리로 준비해 온 사업들이 이를 충분히 만회했다는 평가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은 전체 매출에선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지만, 이익 호조에 크게 기여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윤활유 부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매출은 각각 15조551억원과 2조7134억원으로 정유부문인 SK에너지의 49조4009억원에 크게 못 미쳤지만, 영업이익 합계는 1조2852억원으로 오히려 436억원 많았다.

GS칼텍스도 두 부문이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6%에 불과했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선 58.8%로 정유부문의 30.8%를 크게 앞질렀다. 에쓰오일은 매출 25조9603억원을 나타낸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5016억원에 그쳤지만, 매출이 2조4626억원인 윤활유 부문의 영업이익은 7175억원으로 더 많았다. 매출은 정유의 7분의 1에 못 미친 석유화학 부문도 영업이익은 4507억원을 거뒀다.

석유화학 부문 호조는 중국의 PX(파라자일렌) 수요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김평중 대한석유화학공업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중국이 화학섬유의 원료인 TPA(고순도테레프탈산) 공장을 계속 지으면서 원료인 PX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지난해 온산공장에서 PX 설비를 대폭 늘린 에쓰오일 등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로 주문이 몰렸다"고 진단했다.

윤활유 부문도 수출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인도,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며 윤활기유 수출이 확대됐다"며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그룹 2와 그룹 3 제품의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도 활발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해외 정유 부문도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정제 마진이 개선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석유 수요가 늘어난 데다 2010년 IEA(국제에너지기구) 기준 배럴당 -0.25달러였던 복합정제 마진이 지난해 1.49달러로 개선된 것도 실적 향상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