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판다니까… STX·웅진株 급등

자회사 매각을 결정한 그룹들의 주가가 최근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해 10월 유럽 자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알짜 자회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웅진그룹도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그룹이 자회사를 매각하며 그룹 내 현금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정리대상이 된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자회사 매각하는 그룹주 상승

STX는 지난해 10월 핵심 사업인 조선·해운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 자회사 STX OSV(해양지원선 건조 조선소)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후 그룹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STX와 STX팬오션, STX메탈은 올해에만 주가가 30% 이상 올랐고, STX조선해양, STX엔진은 각각 50%, 45%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85% 오르는 데 그쳤다.

유진투자증권의 최순호 애널리스트는 "조선·해운 사업 중심인 STX가 불필요한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 그룹의 투자 가치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STX그룹은 그동안 그룹 내 재무구조가 위험하다는 루머가 자주 나왔던 터라 자회사 매각 소식이 전체 그룹주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웅진그룹은 핵심이었던 정수기 회사 웅진코웨이를 버리고 신규 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선택했다. 웅진그룹은 7일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웅진그룹의 태양광 등 화학 관련 자회사 웅진홀딩스, 웅진에너지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웅진케미칼이 13% 넘게 올랐다.

대신증권의 김용식 애널리스트는 "웅진그룹이 자회사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면 그룹 계열사의 현금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팔리는 회사 주가는 하락

반면 매각 대상이 된 기업 주가는 하락했다. 7일 웅진그룹의 선택에서 밀려난 웅진코웨이는 4% 이상 하락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매각 대상이 되는 기업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웅진코웨이의 경우 오히려 주가가 내렸다.

같은 날 코스닥 업체인 솔본이 자회사 인피니트헬스케어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매각 대상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이틀 연속 5% 넘게 내렸다. 솔본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룹의 품을 떠나는 회사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내에서 안정적으로 경영되던 계열사가 매각되면 경영 환경이 바뀔 수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김동양 애널리스트는 "웅진코웨이의 경우 아직 인수회사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룹에 실익 되는지 따져봐야

다만 자회사를 매각하는 그룹의 선택에 대해선 투자자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동반성장 이슈가 불거지며 울며 겨자 먹기로 주요 자회사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했는데, 당시 알짜 자회사 매각이 아쉽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최순호 애널리스트는 또 "웅진그룹이 주요 자회사를 매각하면서까지 집중하려고 하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기 때문에 관련주에 투자하려면 그룹이 집중하려는 회사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자회사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회사가 발표하는 대로 매각 효과가 실제로 반영될지, 그리고 자회사 매각 후 1~2년 내 그룹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