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SSM 등 규제, 부산에서도 본격화

부산에서도 대형마트 입점이 제한되고 강제휴업이 추진된다. 부산시 이영활 경제부시장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형마트 사업확장 규제에 관한 부산시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부시장은 이 발표에서 "앞으로 추가적인 대형마트와 SSM의 사업확장을 적극적으로 억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통상업 보존구역(1㎞) 내엔 대형마트 등의 입점을 불허하고 전통상업 보존구역 외 지역의 입점도 최대한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 부시장은 "이를 위해 대형마트나 그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판매시설의 건축허가 신청이나 대규모 점포 등록이 있으면 법령과 조례의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적극적 행정지도를 통해 사업확장을 자제토록 유도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부산시의 방침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각 구·군의 조례 개정은 ▲대형마트 등의 월 2회 의무 휴무 추진 ▲오전 0시~오전 8시까지로 영업시간 제한 등을 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부산엔 현재 36개의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는데 이는 인구 10만명당 1.01개 수준으로 서울(0.6), 대구(0.7), 인천(0.8)보다 높고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대형마트 등의 추가입점에 따른 시민편의성 제고효과는 낮은 반면 소상공인 4만6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는 180개 지역 전통시장과 서민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대형마트 규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규제를 위한 각 구·군의 관련 조례 개정은 지난달 17일 개정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지식경제부의 표준조례(안)가 시달되는 즉시 구·군의회 일정에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이 부시장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지경부의 표준조례안이 내려오면 지역 실정에 맞춰 3월 초순쯤 곧바로 조례 개정을 할 수 있도록 각 구·군 측과 협의를 통해 만반의 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14일 열리는 구청장·군수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설명·논의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이와 병행, 지역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설 현대화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에 167억원, 소규모 영세시장 지원사업에 18억원, 마케팅 지원사업에 10억원 등 195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 부시장은 "매월 한 차례(마지막 토요일) '전통시장 가는 날'을 운영하고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이용을 작년 128억원에서 올해 15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또 자갈치시장 등 지역의 10대 특화전문시장을 쇼핑과 관광의 명소로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적극적인 대형마트 규제에 나서자 전통시장 상인·시민단체 등은 크게 반기면서 "더 강력한 규제"를 주문하고 나섰고, 대형마트 측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 부산시 발표에 대해 김원록 부산진시장 번영회장은 "대형마트나 SSM사업은 특히 과일, 채소 등 식품계통을 비롯해 의류 등 경공업 제품에서 직접적으로 시장상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산시의 억제 방침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루하루 벌어먹기 위해 노력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환영할 만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래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도 "현재 대형마트나 SSM이 지역 곳곳에 대부분 다 들어와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앞으로 골목골목으로 진출하려는 대기업의 변형된 확장을 막기 위해서는 억제가 필요하다"며 "사회에서 중요한 고용소득층과 중간층 등을 이루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대형마트 측은 울상이다. 지역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부산시 등 자치단체가 나서서 재래시장을 돕기 위해 제재를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강제휴무 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것 등은 문제"라며 "고객이 편리하고 싸게 이용할 수 있고 믿음이 가는 곳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대형마트 등이 이런 조건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생활편의를 높이고 일자리창출·물가안정 등의 긍정적 역할도 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