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세시봉·인디밴드… 지금은 전에 없던 음악전성기"

"음악의 시대에 걸맞은 전문 채널 하나쯤은 있어야죠."

라디오 애청자들에게 남태정(39)이라는 이름은 친숙하다. 1996년 MBC에 입사해 '이적의 FM플러스' '이소라의 음악도시'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 등 감성충만한 라디오 프로들을 연출했던 스타 PD다.

그런 그가 TV음악채널의 총책임자로 변신했다. 지난 1일 개국한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MBC뮤직의 선장인 센터장이 된 것. MBC뮤직이 전파를 타면서 엠넷이나 SBS, MTV 등 기존 음악 채널 간에 펼쳐질 콘텐츠 경쟁도 더욱 볼만하게 됐다.

최근 여의도 MBC뮤직 스튜디오에서 만난 남태정 센터장은 "한국 대중음악계는 최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골고루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며 사랑받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음악전문 채널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돌 가수들은 갈수록 세계화되고 있어요. 세시봉과 '나는 가수다' 덕에 옛 노래와 가수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인디 뮤지션이 메이저 기획사와 함께 작업하는 일도 흔해졌어요. 이렇게 음악의 저변이 확장되고 다양한 적은 이전에 없었어요."

지난해 초 합류해 개국 준비를 해온 남 센터장이 유난히 공을 들인 작품이 있다. 개국일인 2월 1일 방송됐던 특집쇼 '음악의 시대'. 세시봉가수 정훈희부터 아이돌 엠블랙까지 세대와 장르를 넘어선 가수 23팀이 한자리에 모여 40여분 동안 논스톱으로 자신의 히트곡을 릴레이로 부른 공연. 화려한 LED조명도, 요란한 팬클럽도 없이 오직 음악 그 자체로만 승부한 시간이었다. 저마다 스케줄이 바쁜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가을부터 맨투맨으로 섭외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기존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보지 못한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공연의 음악 감독은 90년대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윤상. "일찌감치 음악으로 시대를 앞서갔고, 지금도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적격자가 윤상씨죠. 전 MBC 출신이지만, 섭외하기 위해서 (윤상이 DJ로 일하고 있는) KBS방송국도 숱하게 갔습니다.(웃음) '음악의 시대' 공연이 보여준 정신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채널을 만들고 싶어요."

90년대 댄스 음악을 집중 소개하는 '클럽 1999', 인기 여배우와 남자 작곡가가 실제 협업해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BC뮤직은 기존 지상파에서 구경하지 못한 다채로운 음악프로그램을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음악전문 뉴스 코너도 마련하고, 내한공연을 하지 않은 팝스타들의 최신 공연 실황도 편성할 예정이다.

이 방송의 프로그램 라인업을 훑어보니 걸리는 점이 있었다. 명색이 음악전문 채널인데도 인디 뮤지션 같은 '숨은 고수'들이 기량을 뽐낼 라이브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 것. 이런 점을 '지적'하니 남 센터장은 빙긋 웃었다. "정말 제대로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허투루 만들었다 조기 종영되면 안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