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쇼 앞두고 숨진 휘트니 휴스턴, 그래미 시상식 '제2의 여왕'

13일(한국시각) 열린 제54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두 명의 팝의 여왕이 이끌었다. 그 한 명은 주요 6개 부문을 휩쓸며 새로운 '팝의 여왕'으로 등극한 아델, 다른 한 명은 시상식 전날 밤 갈라쇼 참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휘트니 휴스턴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바의 비극적 죽음 때문에 이날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휘트니 휴스턴은 그래미상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지기 전 그의 공식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올라온 사진도 1985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데뷔앨범 수록곡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Saving all my love for you)'로 최우수 팝 보컬 상을 받았을 당시의 사진이었다.

사회를 맡은 랩 가수 겸 배우 엘엘 쿨 제이는 평소의 활달한 이미지와는 달리 객석에 "최소한 내게 지금 해야 할 가장 옳은 일은 우리가 사랑한 여인, 휘트니 휴스턴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추모 기도를 제안했다. R&B 가수 앨리샤 키스도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우리는 어제 위대한 아티스트를 잃었지만, 그의 유산은 남아있다"고 했고, 특별 공연을 위해 나온 거장 스티비 원더도 "하늘로 간 휘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모 열기는 '드림걸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제니퍼 허드슨이 그의 대표곡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I'll always love for you)'를 부를 때 절정에 달했다.

6관왕에 오른 아델에 이어 주목받았던 팀은 1995년 결성된 4인조 록 밴드 푸파이터스. 이들은 최우수 록 퍼포먼스·록 앨범 등 록 관련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날 큰 박수를 받은 수상자 중 한 명은 올해 86세가 된 재즈의 거장 토니 베넷이었다. 작년 갑작스럽게 요절했던 팝스타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함께 부른 노래 '바디 앤드 소울(Body and soul)'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 등 2개를 받으며 이날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70여개 부문에 달하는 그래미상 수상자 중에는 한국인도 있었다. 미국 작곡가 로버트 알드리지의 오페라 실황 공연 앨범을 작업해 클래식 앨범 부문 최고 기술상을 공동 수상한 황병준 사운드미러 코리아 대표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종묘제례악과 판소리 등 아름다운 전통음악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밖의 주요 수상자. ▲최우수 신인=본 아이버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니카 앨범=스캐어리 몬스터즈, 나이스 스프라이츠 ▲최우수 R&B 퍼포먼스=코린 배일리 래 ▲최우수 R&B 앨범=크리스 브라운 ▲최우수 컨트리 앨범=레이디 앤티벨럼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팻 메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