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13] '生龍이 비등'하는 '미국 뻬쓰뽈' 보러 수만관중 용산으로

조선일보 1922년 12월 1일자는, "미국의 뻬쓰뽈(野球)이라 하면 세계뎍으로 다 아는 바… 다토워 보지 안어서는… 우리 운동계의 수치"라며, 미 직업야구단과의 경기를 주선하고 있음을 전했다. 초창기 한국 야구의 개척자로 조선체육회와 조선야구협회 발기인 가운데 한명인 이원용(李源容)이 조선일보 후원으로 미 메이저리거의 방문을 주선하고 있다는 것.

경기를 목적으로 입국한 최초의 서양인인 이들은,"지난 여름 세계 선수권 쟁탈전에 참가하야 최후까지 맹렬한 싸움을 하였든 미국 늬유욕의 거인군(軍)과 양키군 가운데서 제일로 강한 이만으로 조직했다"고 소개(12월 6일자), '올스타'팀임을 밝혔다.

실제 12월 8일 오후 2시 반, 용산 만철운동장에서는,'생용(生龍)이 비등(飛騰)하고 활호(活虎)가 용약(踊躍)'하는'조선 운동계에 처음되는 대장관'이 펼쳐졌다. 이 '국제적 대야구전'을 위해 경전(京電)은 전차를 증편했고, 운동장에 이르는 도로와 전차에는 '수만 관중'이 몰렸다. 특히 '자국의 동포를 응원하기 위하야… 각디에서 모여들어 수백명의 떼를 지여 각기 팔뚝을 휘둘으며 굉장히 환호하는' 미국인들의 응원은 일대가관이었다.(12월 9, 10일자)

'올스타'팀은 홈런 3개를 포함, 20안타를 퍼부어 23대3으로 대승했다. '조선군'은 나중에 '명예의 전당'에 오른 페낙(H.Pennock)이 던진 7회까지 완봉당하다, 투수 교체 후 3점을 획득했다. 조선군은 투수 박석윤, 포수 박천병이었고, 이석찬 함용화 김정식이 2루타를 치는 등 6안타를 쳐냈다.(12월 11일자 기록지)

메이저리거들은 경기 후 명월관에서 열린 환영회에 참가, 기생들의 춤과 노래, 한국 요리를 즐긴 뒤 숙소인 조선호텔로 돌아갔다. 미국팀의 감독 겸 주장 헌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오늘의 모임과 같은 타임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2월 10일자)

이후 경기를 목적으로 내한한 미국팀과 조선팀과의 경기는 해방 전까지 2번 더 있었다. 1925년 10월 28일 미 시카고대학팀이 경성에서 '서울 선발'팀과 경기를 갖고, 11대2로 승리했다. '서울팀'의 투수는 백기주(白基珠), 포수 손효준(孫孝俊)이었고, 6회 이영민(李榮敏)의 2루타를 발판으로 2점을 올려 영패를 면했다.(1925년 10월 29일자) 또 그해 11월 미국여자 야구단이 방문, '전 경성'팀과 경기를 벌였는데, 경성팀이 7대5로 승리했다. 이후에도 몇몇 미국팀이 방문했으나 모두 '일본인'팀과의 경기였다.

'올스타'팀 주장 헌트가 말한 '타임'은 36년이 지난 1958년 10월 21일에야 성사됐다. 헌트가 소속됐던 카디널스팀이 일본과의 교환 경기를 마치고 방한, '전 서울팀'과 친선 경기를 가진 것.(1958년 10월 22일자) 이어 196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방한 경기를 가졌고, 1982년 국내 프로야구 출범을 기념해 '홈런왕' 행크 에런이 이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방한, 국내 프로팀과 8차례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올스타팀'의 방한은 1922년 이후 성사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