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꽤나 무거운 삶의 짐… 가볍지 않은 위로

누구나 결점이나 고난, 걱정을 짐으로 떠안고 살아간다. 당장 끼니도 해결 못 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 좌절하는 사람도 있다. 무게가 다를지언정 그 짐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카우이 하트 헤밍스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디센던트'는 '짐을 지고 살아가는 인간'에 관한 얘기다.

'낙원'으로 알려진 하와이에 사는 변호사 맷 킹(조지 클루니)은 아무 근심이 없어 보인다. 왕족과 부유한 은행가를 조상으로 둔 덕분에 막대한 유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활하는 건실한 사회인이다. 하지만 아내가 요트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그는 자신이 떠안은 짐의 무게를 실감한다. 일에 빠져 가정에 소원했던 그는 엇나가는 두 딸을 키워야 하고, 아내 엘리자베스가 불륜에 빠져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된다. 재산을 날려버린 사촌들 때문에 조상 대대로 물려받았던 땅도 팔아야 할 처지다. 그의 짐은 꽤나 무겁다.

'디센던트'는 짐을 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과 비애를 그리려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치유'나 '공감', '화해' 같은 달콤한 단어로 짐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해주려는 것도 아니다. 실수나 상실을 경험한 후에야 짐을 지고 살아갈 방법을 깨닫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속에서 한 번씩 웃어 보일 수 있는 여유도 숨어 있다는 사실도 함께.

페인 감독은 평범하고 불완전한 인물에게 온기와 유머를 불어넣는 장기를 한껏 발휘한다. 각자의 자유의지를 따르는 캐릭터들의 언행과 감정은 예측할 수 없다. 한두 장면 등장하는 조연들에게마저 그들이 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엘리자베스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의 아내(주디 그리어)나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살면서 딸을 공주처럼 아끼는 맷의 장인(로버트 포스터) 등 비중이 작은 캐릭터들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배우들은 감독이 매만진 캐릭터들을 주·조연 할 것 없이 실감 나게 연기해냈다. 특히 '매끈하고 패셔너블한 중년'의 대명사 조지 클루니는 이번 영화에서 의외로 촌스러운 아버지 역할에 '딱'이다. 배역을 위해 약간 살을 찌우고 어정쩡한 크기의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그는 불안과 망설임으로 경직된 표정을 보여준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면서 여자들은 클루니를 흠모하지 않고, 남자들은 그를 동경하지 않을 것이다.

맷과 두 딸의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대사 한마디 없이 강렬하다. 누구나 지고 살 수밖에 없는 짐의 무게가 인간을 얼마나 흥미롭고도 고상한 존재로 만드는지 보여준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본토에 사는 친구들은 우리가 하와이에 살고 있단 이유만으로 천국에 사는 줄 안다… 우리가 인생에 면역이라도 된 줄 아나? 어떻게 우리의 가족은 덜 망가지고, 마음의 상처가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나?"(맷 킹의 독백)

#장면
아내의 불륜을 듣자마자 불륜 상대를 알아내기 위해 아내의 친구 집으로 내달린다. 비통한 심정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슬리퍼의 달그락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외평
'배신과 헌신, 용서와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완벽한 걸작. 허점을 찾기 힘들다.'(뉴욕타임스)

#이런 분들 보세요
'너를 응원한다'류(類)의 얄팍한 위로보다 사려 깊은 성찰이 필요한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