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자에게 더 가혹한 물가

김영태(31)씨는 지방대를 나와 3년 전부터 경기도 분당 신도시에 있는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미혼인 그는 회사 주변 오피스텔 월세를 구해 산다. 아침은 오피스텔 인근 백반집에서 된장찌개로 해결하고, 약속이 없는 날 저녁 식사는 밥에다 햄, 그리고 편의점 반찬 코너에서 산 밑반찬을 곁들여 때운다. 김씨는 "결혼 자금을 마련하려고 생활비를 아꼈지만 작년에는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목표한 만큼 저축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와 같은 독신자들이 지난해 특히 물가 고통이 컸던 이유가 드러났다. 된장찌개(7.0%·2011년 가격 상승률 기준), 햄(11.2%), 밑반찬(16.1%) 등 독신자가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특히 더 높았기 때문이다.

14일 본지가 통계청 2011년 소비자물가 조사 결과 중 가공식품과 외식비 등 독신자들의 소비 비중이 높은 50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이 품목들의 연간 평균(산술 평균) 물가 상승률이 5.4%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4.0%보다 1.4%포인트 높은 것이다. (그래픽 참조)

특히 독신자들이 집에서 홀로 식사할 때 '필수품'에 속하는 소시지, 햄, 과일 통조림, 수프, 밑반찬, 즉석식품의 가격 상승률이 모두 10%를 넘겼다. 또 생수, 탄산음료, 외국어학원비, 김치찌개·된장찌개 등 각종 외식비, 구내식당 식사비도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가 4% 올랐다고 하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관련 비용 등 독신자들의 소비 품목은 특히 더 많이 올라 체감 물가 고통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