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자금, 다시 신흥국 채권으로 몰려

작년 하반기 신흥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투자 자금이 다시 신흥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자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신흥국 자산이 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특히 신흥국 경제의 고(高)성장에 베팅할 수 있는 신흥국 채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펀드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6~10일) 신흥국 채권형 펀드로 21억달러가 순유입(유입액에서 유출액은 뺀 것)되며 사상 최대 자금이 들어왔다.

◇신흥국 채권 펀드 수익률도 높아

신흥국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여기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3.7%였는데, 이 중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5.8%를 기록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핌코이머징로컬증권자투자신탁(채권 재간접형)' 펀드 수익률이 8.0%였고, 'KB이머징국공채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과 '산은삼바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채권)' 펀드 수익률도 각각 7.7%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의 조완제 팀장은 "세계 금융 시장에 풀린 돈이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은 신흥국을 찾아가고 있고, 경제 체력이 튼튼한 이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채권 투자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바 채권' 수익률 회복

신흥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 수익률로 추락했던 '삼바 채권(브라질 채권)'도 굴욕을 딛고 다시 부활했다.

작년 5월 출시된 삼바 채권은 당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한 증권사에서 하루 300억원이 넘는 물량이 팔리는 등 투자 광풍이 불었다. 그러다 작년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자 환 손실에 대한 우려로 투자 열기가 사그라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작년 12%를 웃돌았던 브라질 기준금리가 지난달 10.5% 수준으로 인하되고, 달러·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회복되며 다시 삼바 채권 수익률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헤알화로 두 번 환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와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수익률이 높아진다.

14일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로 추락했던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신탁 상품은 최근 다시 8~9%에 이르는 평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 신탁이 출시됐던 작년 5월, 1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토빈세(6%) 600만원을 내고서도 현재 계좌 평가금액은 1억300만원 정도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관순 고객자산기획팀장은 "최근 브라질 채권 금리가 하락하며 자본차익이 증가했고, 헤알화 가치가 상승하며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삼바 채권 상품의 평가 수익률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는 펀드 간접 투자를"

신흥국 채권 펀드보다 직접 채권에 투자하는 신탁 상품의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신흥국 채권 펀드는 다양한 국가의 채권을 함께 담아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고, 환율 변화와 토빈세에 대한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이희 WM컨설팅 팀장은 "브라질 채권은 비과세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에 종합소득세를 내는 고액 자산가에게 합리적이고, 헤알화 가치 등 환율 변화에 평가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채권의 고정 수익률을 기대하는 장기 투자자에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