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 맞고 뇌사 중학교 야구선수, 장기 기증하고 하늘로

"퍽!"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A(15)군이 야구공에 머리를 강하게 맞고 쓰러졌다. A군은 '서울청소년야구리그'에 참가한 아마추어 야구팀의 멤버였다. 이날은 심판을 봤다. 투수 3m 뒤에 심판 1명만 있는 1심제였다. 타자가 친 직선 타구를 투수는 피했는데 뒤에 서 있던 A군은 피하지 못했다.

A군은 심장 쇼크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다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병원으로 달려온 부모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다. 쾌활하고 씩씩했던 아들은 뇌사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가족은 이튿날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주위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병원 관계자는 "아들은 죽었지만 생명을 나눠준다는 취지로 부모님이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A군은 공부도 곧잘 했지만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특히 야구를 좋아했다. 그래서 2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활동'으로 야구부를 선택했다. 주로 내야수를 맡았다.

붙임성 있고 명랑한 A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A군의 부모는 "귀신 붙는다"면서 친구들이 빈소에 오는 것을 말렸지만 같은 반 친구뿐만 아니라 옆 반 친구, 초등학교 동창까지 100명이 넘게 모였다.

주위가 어두워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다 떠나는 친구도 있었다.

빈소를 찾은 오모(15)양은 "정말 좋은 친구였다"는 말을 겨우 꺼내곤 한참을 울었다. 김모(15)군은 블로그에 '먼저 떠난 네가 야속하다. 너의 밝은 앞날이 멈춘 게 정말 슬프다'고 썼다.

병원 관계자는 "신장 같은 경우 최대 8년까지 노심초사 기다리는 사람이 정말 많다"면서 "A군은 각막과 신장 등 나눠줄 수 있는 모든 걸 주고 떠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