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株 부활… 나스닥 11년 만에 최고치

미국 IT주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IT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미국 경기가 풀릴 조짐을 보이면서 전체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IT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2931.83에 마감하며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 행진이다.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다우존스지수나 S&P500지수보다도 성적이 좋다.

◇잘 나가는 애플·아마존

애플 주가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500달러(약 56만원)를 넘어서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기존 제품이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데다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아이패드 신제품과 애플TV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0~12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18% 늘어난 것 역시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에도 애플이 건재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확인시켜줬다.

IT주의 부활은 애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09년 1월과 비교해 주요 IT주 등락률(15일 종가 기준)을 보면 애플이 452.2%, 아마존과 인텔이 각각 213.6%, 106.0%를 기록해 세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78.9%, 75.7%씩 몸값이 뛰었다. S&P500 상장기업 기준 금융주와 통신주가 20% 안팎 오른 것과 비교해 상승폭이 큰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기가 좋은 점이 IT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진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좋고, 소비자신용도 개선됨에 따라 각 가계의 지출 여력이 늘면서 실제 소비재 부문인 IT가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잘하면 부품업체나 관련 중소기업도 덩달아 따라갈 수밖에 없는 IT업계의 구조적인 면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상장을 앞두고 IT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1990년대 말 닷컴 호황기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란 예상도 호재가 됐다. 올해 초 미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전문가를 인용, "최근 유럽 문제가 불안정하지만 IT주는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으며,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관련 업체들이 더 많이 상장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핏·소로스도 "IT주 샀다"

세계 최대 투자자들도 지난 4분기 IT주 투자에 열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포트폴리오에서 인텔과 IBM 투자를 늘렸다. 버핏이 그동안 기술 변화나 소비자 기호에 따라 부침이 크다는 점에서 IT주 투자를 꺼려 왔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같은 기간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도 전체 12% 수준으로 IT주 투자 비중을 늘렸다. 특히 이 기간 1억6790만달러 상당의 구글 주식 25만8774주를 사들였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회장은 애플 주식 보유 수를 18만1000주로 대폭 늘렸다. 오라클 주식 120만주도 새롭게 매입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나스닥지수가 강세를 보이는 등 세계적으로 IT업종이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종목별로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이 각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투자 매력도가 주가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업종 전체적으로는 경기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올해 눈높이를 높이기는 어려운 상태이며, 각국의 소비부양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를 점검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