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특허괴물, LG전자 상대로 소송 제기" 〈조선일보 2012년 1월 6일자 B4면〉
미국의 특허 전문 업체 인터디지털이 LG전자·노키아·화웨이 등 휴대전화 업체들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는 "인터디지털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동통신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해 ITC가 지난달 21일 조사를 시작했다"고 5일 밝혔다. 인터디지털은 특허를 대량으로 사들여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는 회사로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불린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바야흐로 특허전쟁 시대입니다. 지난해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세계 곳곳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해 일부 국가에서 삼성전자의 태블릿PC를 팔 수 없게 됐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특허소송을 통해 거액을 챙기는 것으로 소문난 인터디지털이라는 기업이 LG전자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정보화시대, 지식사회로 접어들면서 총성 없는 특허전쟁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특허를 이용해 소송을 일삼으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특허괴물'을 살펴보고, 어떤 방법을 통해 위협하는지, 또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이란 무엇인가요
괴물을 뜻하는 트롤(troll)은 원래 노르웨이가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민간 전래동화에서 유래하는 전설의 괴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험악한 인상을 가진 이 괴물은 몰래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협박해 통행료를 갈취했다고 합니다. 특허괴물이라는 말은 1993년에 공격적인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회사를 묘사하기 위해 미국의 잡지사 포브스(Forbes)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특허를 뜻하는 영어 단어(patent)와 괴물을 뜻하는 트롤을 조합한 단어입니다.
특허제도는 발명가에 대하여 일정 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발명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무형의 재산권인 특허권을 부여합니다.발명가가 안심하고 장기간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또한 필요한 연구비를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특허괴물은 특허제도의 취지에는 관심이 없고, 특허소송을 통해 거액을 갈취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허괴물은 주로 도산한 회사나 연구기관으로부터 헐값에 특허를 양도받은 후 그 특허를 이용해 해당 특허와 유사한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올립니다.
특허괴물은 왜 등장했을까요
특허괴물의 등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발생한 IT업계의 버블붕괴와 상당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블붕괴로 인해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여러 IT업체들이 도산했고, 이 업체들이 보유한 특허가 경매시장을 통해 헐값으로 나오게 됐죠. 이때 특허소송을 통한 투자수익 확보에 눈을 뜬 투기자본가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이런 특허들을 헐값에 대거 매집하면서부터 특허괴물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대표적인 특허괴물은 어떤 기업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특허괴물은 블랙베리 휴대폰을 만드는 캐나다의 림(RIM)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여 6억달러가 넘는 거액의 합의금을 챙긴 NTP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텔렉츄얼 벤처스, 아카시아 리서치, 렘브란트, 인터디지털 등이 있습니다.
테크서치라는 특허괴물은 자금난에 허덕이던 인터내셔널 메타시스템스라는 회사로부터 5만달러에 특허를 사들인 후 인텔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해 5억달러를 챙겨 1만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전래동화의 트롤 괴물처럼 잠복형으로 공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머크익스체인지라는 회사가 이베이를 공격할 때 그런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머크익스체인지는 자신들이 가진 특허를 숨기고 있다가 이베이가 비슷한 서비스를 사용하자 곧바로 소송을 냈습니다.
또 특허괴물이 사용하는 방법은 제조업체에 대해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특허분쟁의 소지가 있는 제품에 대해 원천적으로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명령을 신청함으로써 해당 제조업체의 명성이나 제품판매에 치명타를 가하는 전략입니다.
특허침해소송을 주로 미국에서 하는 이유는
특허괴물들은 주로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미국 법원은 전통적으로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고, 특허괴물의 가처분신청도 비교적 쉽게 받아줍니다. 변호사수임료도 소송에 승소할 경우에만 배상액의 일부를 주는 성공보수계약으로 할 수 있고, 패소하더라도 소송비용은 각자가 지는 이른바 '아메리칸 룰(American Rule)'이 있기 때문에 소송제기 자체가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에 비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받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에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그 속에 무려 7000~25만 가지 이상의 특허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 핵심 특허 하나만을 침해했더라도 스마트폰 자체의 판매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단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통해 제조업체에 상당한 타격을 가한 후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특허괴물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야말로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특허신대륙'입니다.
특허괴물을 물리칠 대응책은 무엇인가요
특허괴물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패튼 프리듬에 따르면, 2011년 1월 현재 전 세계에 380개가 넘는 특허괴물이 있고, 1985년부터 2011년 1월까지 5000개가 넘는 제조업체를 상대로 4000건이 넘는 특허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또한 2006년부터 2010년 5년 동안 특허괴물로부터 삼성전자가 총 51건 LG전자가 46건의 특허소송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특허괴물의 공격으로 우리 기업과 지식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통찰하고 지식재산을 창출·보호·축적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기업들도 특허괴물로부터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기존 특허에 걸리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특허권을 사들인 뒤 필요로 하는 기업에 빌려줌으로써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창의자본(invention capital)을 조성해 우리 기업을 특허괴물로부터 방어하고, 특허분쟁에도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 9월에 '인텔렉츄얼 디스커버리'라는 창의자본을 설립하였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창의자본
국가 또는 투자자의 재원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나 특허권을 사들인 후, 특허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줌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창의자본은 특허괴물의 무분별한 소송으로부터 기업을 방어하고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기능을 합니다.
◆퀴즈
특허를 무기로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소송 제기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회사를 ○○○○이라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2월 22(수) 오후 5시 마감, 2월 24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ECB〉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강용규 강정훈 권원영 권이관 김영철 김지은 도성호 신원엽 안소영 이갑선 이상아 이상청 이선애 이성진 이승진 이재관 이준호 장원철 전선영 정소영 정아연 정윤희 조광옥 한미숙 황보용)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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