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없는 선풍기? 강력 특허 '날개' 달았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특허의 교과서다." 특허 분쟁 전문 법원인 특허심판원은 16일 "영국 다이슨사가 개발한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국내 특허 분쟁 3건에서 다이슨사가 모두 승리했다"며 이같이 표현했다. 어떻게 날개 없는 선풍기는 '특허 교과서'라는 '날개'를 달았을까.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모방 제품을 만든 회사가 '특허권자의 특허 이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특허권 무효 심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절반 이상은 특허권자가 패소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거꾸로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하는 권리 범위 확인 심판에서도 특허권자가 이기는 경우는 25%에 불과하다. 결론은 특허권자가 이길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다이슨은 두 경우 모두 승리했다.

특허심판원은 다이슨의 100% 승리 비결은 '특허 자체가 혁신적이고 권리 범위가 넓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모터가 있는 원통 받침대 위에 둥근 고리가 달린 형태다. 고리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다. 고리 단면은 비행기 날개를 거꾸로 한 모양이다. 모터가 빨아들인 공기는 고리의 볼록한 아래쪽 단면을 따라 빠르게 흐르면서 밖으로 나간다. 이러면 비행기 날개를 뜨게 하는 것처럼 압력도 낮아져 주변 공기까지 빨아들여 바람으로 내보낸다. 기존 선풍기나 에어컨과는 전혀 다른 원리여서 모방품이 빠져나갈 틈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날개 없는 선풍기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제품이 있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MP3 플레이어'(1997년)나 평지에서도 자체 추진력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에스보드'(2003년)가 그렇다. 특허청은 이 제품들은 처음에 특허권 범위를 제대로 받지 못해 모방품에 밀려났다고 밝혔다.

둘째 비결은 특허제도를 완벽하게 활용했다는 점이다. 한국과 영국 특허청 사이에는 한 국가에서 먼저 특허가 등록되면 다른 국가에서는 간편하게 우선 심사를 해준다는 '심사 하이웨이제도'가 체결돼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 출원 후 특허권을 받기까지 20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다이슨은 이 제도를 활용해 2개월 만에 특허권을 받았다. 모방품이 나오자 6개월 내 처리를 하는 우선 심판제도도 활용했다.

결국 다이슨은 한국 특허 출원 후 10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전광석화처럼 특허 분쟁을 해결했다. 천세창 특허심판원 심판장은 "삼성이 애플보다 훨씬 특허가 많지만, 특허 분쟁에서 힘든 싸움을 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이젠 기업들도 특허를 부동산과 같은 수익자산으로 여기고 빨리 받는 것보다 제대로 받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