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권리 찾기 열풍… 주총시즌 충돌 예고

3월 주총(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부 상장 기업에서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권리 찾기 움직임이 확산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올해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총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 따라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기업도 많아 경영진과 주주,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충돌이 늘어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의 반기

기업 역사가 57년 된 삼천리그룹의 대표 기업 ㈜삼천리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도전장을 받았다.

경기·인천 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이 회사의 지분 1.0%를 보유한 소액주주 강형국씨 등 3명이 지분 7.0%를 보유한 호주계 자산운용사 헌터홀자산운용과 뜻을 모아 한준호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자기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해 달라는 주주 제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들이 기존 경영진에 반대하는 이유는, 삼천리가 2009년 계열사인 삼탄 지분을 대주주 일가에 헐값 매각하고, 이만득 회장 자녀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유상증자를 하는 등 오너 일가를 위한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헌터홀자산운용외에 삼천리에 투자한 다른 외국계 운용사들이 모두 동참하면 강씨 등은 20.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국민연금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호응까지 이끌어내면 33.7%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이만득회장 일가와 경영진의 내부 지분(31.5%)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강형국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9년간 가치 투자를 본업으로 해오면서 기업이 성장해도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삼천리는 대주주 일가에 혜택을 주는 기업 정책 때문에 회사가 계속 성장했는데도 주가는 8년 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 주주들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생각으로 기관투자가들에도 동참을 건의하고 있고, 주주들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호응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첩 회사인 양지사 회장 아들이 감사를 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양지사와 맞선 전력이 있다.

 

강씨 등은 태광그룹 비리를 검찰에 제보했던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등 3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박윤배 대표는 "태광그룹에 대해선 형사적 조치를 활용해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어 냈지만, 삼천리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잘못된 지배구조를 개선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일명 장하성펀드라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지분 1.8%)는 지난 14일 남양유업을 공격했다.

현금 배당을 주당 2만5000원으로 올리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라는 주주 제안을 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3년간 주당 1000원 수준의 배당을 실시해 왔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한 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로 대주주나 경영진이 원하지 않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사 직원들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KB금융 노조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방식에 반발하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김진(여·40)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발의를 준비 중이다.

금융회사 노조가 사외이사 선임에 개입하는 것은 지난 2004년 현대증권이 참여연대 소속 인물을 선임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 KB금융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이 0.91% 수준으로 0.09%만 더 확보하면 집중투표제를 제안할 수 있다.

◇정관 변경도 '뜨거운 감자'

4월 15일 시행될 개정 상법에 따라 기업들이 정관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 상법에 따라 기업들이 일부 정관을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이라 외부 주주들과 충돌이 예상된다.

쟁점은 두 가지다. 개정 상법은 정관에 근거만 있다면 재무제표 승인을 주총이 아닌 이사회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재무제표 승인권에는 배당액을 결정하는 권리까지 포함돼 있어 외부 주주들은 배당액을 이사회가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둘째, 개정 상법은 이사들이 주의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이사회가 의결을 통해 책임을 감경해줄 수 있게 허용했다. 이사들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해 주주들의 이익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이사가 전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나머지 피해는 주주 몫으로 돌아간다.

한국상장사협의회 법제조사파트 강택신 대리는 "기업들이 정관 변경을 검토하며 상담하는 사례가 많아 이번 주총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