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은서, 태어나서 처음 밥맛을 알았습니다

일곱 살 은서는 음식을 먹어도 소화 흡수가 안 되는 선천성 희귀병을 날 때부터 앓았다. 밥을 많이 먹으면 소화기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 토해내기 때문에 배가 고파도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은서는 요즘 태어나서 처음으로 밥을 배불리 먹고 있다. 위, 대장, 간 등 배 안의 7개 장기를 몽땅 이식받는 수술을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화기 기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외과 김대연(49) 교수팀은 16일 "'만성 가성(假性) 장폐색증'으로 투병해 온 조은서양에게 지난해 10월 뇌사자로부터 떼낸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7개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며 "조양은 현재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보여 퇴원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소화기 전체를 남의 장기로 갈아 끼우는 수술에 성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만성 가성 장폐색증'은 위장→소장→대장까지 소화기는 정상적인 위치에 멀쩡하게 있으나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연동운동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음식을 삼켜도 위나 소장에 그대로 머물 뿐 내려가지 못한다.

결국 그렇게 고인 음식물을 다 토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한 해 환자가 10명 안팎 생기는 희귀 질환으로, 생후 4~5년까지 살 확률이 약 70% 정도이다.

이런 경우 타인의 소화기 전체를 떼어다 붙이는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실제로 조양은 그동안 입으로는 아주 적은 식사만 하면서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의 약 80%는 온종일 수액 주사를 꽂은 채 영양제를 맞으며 근근이 버텨왔다.

조양의 장기이식은 하늘이 도운 결과였다. 소화 기능이 망가지면 간이나 췌장도 기능을 점차 잃어버린다.

따라서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장기 크기가 비슷한 또래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있어야 하며, 기증자의 소화기 상태가 이식하기에 적당해야 하고, 혈액형 또한 조양 혈액형(AB형)과 같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뇌사자 발생 자체가 1년에 한두 명일 정도로 몹시 드물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이런 조건을 다 갖춘 9세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기적처럼 이뤄졌다. 조양에게도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수술 과정도 쉽지 않았다. 소화기 전체 이식 수술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장기 7개가 일시에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 그 안의 혈액과 조직액도 함께 빠져나가면서 몸 전체 혈액순환에 장애가 올 수 있다. 기증자의 장기를 모두 가져와 붙이는 시간도 최대한 줄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