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디자이너 작품에 경악한 독일 'BMW의 성지'

지난 10일 독일 뮌헨의 BMW 복합문화공간 'BMW 벨트'. 세계적 건축가그룹 쿠프 힘멜브라우가 BMW의 기업 철학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한 건축물이다. 'BMW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이 이날 하루 '디자인의 성지'로 바뀌었다. '레드닷상' 'IDEA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F 디자인상 금상' 시상식이 열린 것이다.

iF상은 독일의 디자인진흥기관 iF(international Forum Design)가 제품·커뮤니케이션·머티리얼(재료)·패키지 등 4분야로 나눠 해마다 주는 디자인상이다. 올해는 48개국, 4322개 제품이 출품됐다. 이 중 1218개가 'iF 디자인상'을 받았고, 이 가운데 100개가 금상을 탔다. 이날 행사에선 금상 수상 100개 제품에 대한 시상식과 전시가 열렸다. iF 금상 수상작을 통해 최신 산업 디자인 트렌드를 읽어봤다.

◇따뜻한 '스마트 디자인'

첨단 기술이 피로해진 사람들. 거창한 기술을 넣은 첨단 디자인보다는 작은 기술이지만 편리함을 더하는 '스마트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미국의 디자인 회사 '아크왓'이 만든 휴대전화용 스피커 '아크카나리'는 작은 나팔 모양이다. "확성기를 붙인 것 같은 형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 '로테크(low tech)와 하이테크(high tech)'의 만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 '위딩스'의 혈압기 '텐시오메트르 위딩스'는 휴대폰에 꽂아 혈압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장치. 액정을 뗀 덕에 기계의 차갑고 투박한 느낌이 없다.

네덜란드 회사 코가(Koga)의 자전거 '수퍼메트로'엔 QR 코드가 붙어 있다. 코드를 찍으면 홈페이지로 연결돼 자전거 이용법, 고장 수리법 등을 손쉽게 알 수 있다. 100개 수상작 중 하이라이트인 100번째 수상의 주인공이 된 삼성전자의 3D LED TV 'UN55D8000'도 첨단 기술을 탑재했지만 디자인은 최소화해 "새롭지는 않지만 탁월한 방식으로 해석된 디자인"이란 평가를 얻었다.

◇친절한 디자인

예쁘기만 한 디자인의 허상을 소비자는 알아버렸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만든다는 디자인의 본질에 충실해지는 추세다. 특히 장애인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인 이른바 '유니버설 디자인'이 보편화됐다.

한국인 디자이너 성정기(41·미국 루나 디자인)씨가 만든 샴푸 용기 '엘라스틴'은 병마다 가로 또는 세로로 홈이 파여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샴푸와 컨디셔너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디자인이다. 포르투갈의 '암트롤 알파'는 웬만한 남자도 들기 어려운 가스통에 바퀴를 달아 연약한 여성도 쉽게 옮길 수 있게 했다.

'한국인에게 친절한 디자인'이 상을 받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경욱(39)씨의 작품 '획으로 쓰는 글씨(Strokewriter)'는 키보드 없이 작은 스틱과 버튼만으로 한글을 간단하게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글을 가로, 세로, 동그라미 등 7가지의 획으로 구분해, 각각의 획에 해당하는 버튼을 연속적으로 눌러 글씨를 입력할 수 있게 했다. 김씨는 "우리가 쓰는 키보드는 영어에 맞춰 디자인된 건데 한글용으로 쓰는 것이다. 글로 치면 '이두'나 마찬가지여서 한글에 최적화된 간단한 입력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했다. 심사위원장인 프리츠 프렝클러씨는 "단조로운 바다 깊숙이 박혀 있는 조그만 섬들처럼, 자신만의 분야에서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사람들 간의 소통에 도움을 주는 디자인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