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다 보여드립니다… 누드 마케팅 인기

'소비자 앞에서 과감히 벗어라.'

최근 유통업계에 제품의 '속살'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마케팅 활동이 인기다. 흔히 '투명 마케팅' '누드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마케팅 방식은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신뢰와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제품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고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원재료와 생산 과정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공장 견학을 정례화하고 아예 백화점에서 침대를 만드는 이벤트를 개최하는 가구회사도 있다.

여기에 기업 활동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캠페인 등 누드 마케팅의 범위는 점점 확장되는 추세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기업은 누드마케팅을 통해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표현하고, 자사 제품에 대한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라고 말했다.

◇원재료부터 생산공정까지 다 보여준다

매일유업의 '아기 전용 캠페인'은 유아식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신뢰를 얻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매일유업은 홈페이지에 '아기 전용'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어 분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생산지를 공개하고 4월부터는 소비자 체험단을 꾸려 '아기 전용 목장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분유의 생산 프로세스와 원료 생산지를 공개하는 것은 국내 업계 중 최초"라며 "소비자가 직접 유아식의 안전성을 직접 체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이번 캠페인을 위해 전국 6000여개 목장 중 70개를 '아기 전용 목장'으로 선정했다. 1A 등급의 원유 중 가장 좋은 원유를 따로 모으고, 다른 등급의 원유와 섞이지 않게 별도의 탱크로리에 보관하고 있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산 식재료만 쓴 조미료가 등장했고, 소비자가 직접 식재료를 확인하게 하는 마케팅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8월 '100% 원물 산들애'를 출시하면서 "천연첨가물조차 넣지 않고 원재료만을 말려 갈고 빻아 넣었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제품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쇠고기·멸치·마늘·새우·다시마·대파 등 싱싱한 재료와 말린 재료를 대형마트 판매대에 공개했다. 또 이 재료들을 절구에 직접 갈고 빻는 모습까지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산들애 브랜드 매니저인 박승미 과장은 "자연에서 온 재료만을 사용했다는 제품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투명 마케팅을 기획했다"며 "소비자 접점에서부터 제품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소비자가 트위터에 계란 제품에 관한 궁금증을 올리면 담당 직원이 실시간으로 해결해주는 '애정란(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계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06년부터 '생산 이력 정보 시스템'을 운영해 소비자가 두부·나물·수산물 등의 제품 생산 이력을 홈페이지와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침대 속 보여주고 핸드백 제작 과정 공개하기도

패션이나 가구업계에서도 제품 속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침대가 과학인지 아닌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며 2000년부터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 2~3회, 매달 1000명 이상이 충북 음성공장을 견학해 지난해 말 누적 참가자가 12만명을 돌파했다. 주부들과 학생들이 주요 대상으로 침대 생산과정 및 매트리스 내부를 공개해 품질을 확인하라는 취지다. 침대와 침구 등을 생산하는 스웨덴 브랜드 덕시아나도 한 백화점에서 침대를 직접 제작하는 시연회를 열고 내구성과 품질을 국내 소비자에게 보여줬다.

욕실 브랜드 대림바스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 1층에 절수 양변기와 일반 양변기의 물 사용량을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는 이례적으로 화장품 용기 앞면에 성분 첨가량을 표시해 소비자에게 천연 성분 화장품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백화점업계도 다양한 정보 공개와 시연행사 등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의 신뢰성을 내세우는 마케팅 활동에 열심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로 전통식품을 판매하면서 국내에 이름난 종가(宗家) 음식들을 실명과 사진으로 함께 소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또 에르메스·펜디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장인(匠人)을 초빙해 핸드백·구두·스카프 등의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말 명품 브랜드 고야드의 페인팅 담당자를 불러 제품에 고객이 원하는 문양이나 이니셜을 넣어주는 '마카쥬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기업의 진정성을 스스로 확인해야 지갑을 연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현란한 광고 문구보다 제품의 본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투명한 마케팅이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