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자 LCD 떼내고 알짜만 남겨

삼성전자가 20일 LCD(액정디스플레이) 사업 분사(分社)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린 것은 앞으로 업황 자체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규모 이익과 적자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반도체 사업과 달리 향후 LCD 산업은 구조적으로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LCD 분사 뒤 SMD와 합병할 듯

글로벌 LCD 시장은 현재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LCD 사업부도 마찬가지다. 2007·2008년만 해도 한 해 2조원이 넘는 영억이익을 올리며 삼성전자의 효자 노릇을 했지만, 작년에는 주 수요처인 TV시장이 침체되면서 1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LCD 대체용으로 나온 아몰레드(유기발광 다이오드)라는 새 디스플레이의 인기에 눌려 시장을 계속 잠식당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이례적으로 인사 시즌이 아닌 한여름에 LCD 담당 사장을 교체했다. 대신증권 강정원 애널리스트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 투자도 바쁜 마당에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고 사양산업 단계로 접어드는 LCD를 더 이상 안고 가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LCD사업부의 분사 뒤 행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내부적으론 아몰레드 전문 자회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 합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치면 매출 29조원, 직원 2만5000명인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전문 회사가 탄생한다. 삼성전자는 "분사를 통해 LCD 사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스피드 경영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알짜 사업은 삼성전자로 헤쳐모여

SMD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LCD사업부 직원들의 정서와 삼성전자의 실익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LCD사업부 직원들에게 분사 계획을 설명하면서 SMD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치면 더 잘 될 수 있다며 직원들을 설득한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SMD와 LCD사업부 간 통합·조정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서로 비슷한 공정이나 장비가 많아서 LCD 사업부가 갖고 있는 장비·인력·자원을 SMD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도 SMD공장과 삼성전자 LCD사업부 공장은 충남 탕정면에서 길 하나 사이로 마주 보고 있을 정도로 가깝다. 통합 과정에서 일부 중복 인력이나 실적이 저조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전열을 재정비한 SMD가 장기적으로는 다시 삼성전자에 흡수 합병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 사이 그룹의 유망·알짜 사업들을 모두 가져왔다. 작년 말엔 삼성전기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던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인수했고, 2010년에는 디지털카메라 부문을 삼성테크윈에서 떼왔다. SMD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와 삼성SDI 지분이 50대 50이었는데, 지난해 삼성전자가 추가 출자해 65대 35로 바꿔놓은 상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권오현 부품 부문 부회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사내이사인 최지성 완제품 부문 부회장과 윤주화 사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재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현재대로 삼성전자 단독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는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