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뜨자… 중소 부동산 정보업체 문 닫을 판

초대형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중소 전문 업체들을 고사(枯死) 위기로 몰아간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사업에 진출하면서 잘나가던 부동산 정보업체가 매각되거나 매출이 5분의 1토막까지 났다. 7~8곳에 달하던 가격비교 사이트 시장에서는 '에누리닷컴'과 '다나와'를 제외한 나머지가 사실상 문을 닫거나 매출이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벤처 생태계의 명맥이 끊어진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매물정보업계 선두업체였던 S사는 작년 10월 한 주차빌딩 운영사에 매각됐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영업난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네이버의 부동산 매물정보사업 진출과 잇따른 확대였다.

네이버는 2007년부터 부동산 서비스의 자체 제공에 들어갔고, 특히 2009년부터 정보업체를 통하지 않고 중개업소를 바로 회원사로 받아들이는 '직접 영업'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개업소를 회원사로 가입시킨 후 30만~60만원의 연회비를 받아 주수입원으로 영업하던 중소 정보업체들이 연이어 타격을 받았다. 부동산 정보업체 A사는 2007년 약 80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작년에 15억원 안팎으로 급감했고, 2007년 약 80명이던 직원 수를 절반 이하로 줄였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 B사와 C사도 회원 중개업소 수가 2006~ 2007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액은 더 줄었다. 네이버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이 업체 회원 중개업소들이 잔류 조건으로 연회비를 내리거나 무료 가입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 고유 업종 보호를 요청했지만 '제조업 선별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서비스업은 언제 가능할지 모른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제약 없이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이 영세 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2007년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 랩'과 손잡고 'PC그린'이라는 무료 백신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국내 보안 소프트웨어 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국내 보안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다는 항변이었다. 네이버는 2010년 12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의 V3 엔진을 탑재한 '네이버 백신'을 다시 무료로 내놓았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보안전문업 영역에 침범해 백신을 무료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3년 전 15억원이던 개인백신 매출이 지금은 전무해졌고 국민 보안의식도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정보유통 플랫폼' 위상 강화를 내걸고 다음달 말쯤 G마켓·옥션·11번가 등이 포진하고 있는 오픈마켓 시장에도 뛰어든다고 최근 밝히자, 기존 사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가 2009년 결제 중개시스템 '네이버 체크아웃'을 준비하자 온라인 유통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네이버는 "오픈마켓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기존 업체들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하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검색 결과의 혜택을 스스로 챙기지 않을까 업계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은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구글의 경우 안드로이드 마켓과 웹스토어 등 디지털 콘텐츠 판매를 제외하고는 상품 판매 중개나 직접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네이버가 서비스 혁신은 하지 않고 중소 벤처기업에 의해 검증된 사업을 가로채고 있어 한국 인터넷 벤처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관계자는 "우리가 사업에 들어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중소업체들의 판로가 넓어져 시장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오픈마켓의 경우 기존 업체에 비하면 오히려 네이버가 중소업체"라고 말했다.

☞ 오픈마켓

백화점이나 소매점 인터넷 사이트와 달리,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등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개형 인터넷 쇼핑몰이다. 미국의 이베이, 국내의 옥션·인터파크 등이 대표적인 오픈 마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