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안 아프고 사는 기간)은 도시가 농촌보다 길다

서울에 사는 김모(73)씨는 3년 전 엉덩이관절(고관절)을 다쳤으나 곧바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처음엔 아침에 일어서기도 불편했지만 이젠 걷고 움직이는 데 지장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졌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건강 체크를 한다.

반면 제주도에 사는 이모(72)씨는 평소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다가 뒤늦게 위암을 발견하고 육지에 가서 수술을 받았다. 제주도에는 대형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이 없고 제주대병원 등 종합병원만 6개 있어서 큰 수술을 하려면 육지의 대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평소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가 나중에 수술을 받고 지금도 암과 싸우고 있다.

제주도의 기대수명(막 태어난 아기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명)은 79.3세로 전국에서 2위다. 공기가 깨끗하고 물 맑은 자연환경에서 위생관리를 잘 하면 다른 지역 사람보다 오래 살 요건을 갖추었다. 그러나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사는 생존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69.6세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뒤에서 네 번째이다. 제주도 주민들이 노후에 병치레하는 기간이 9.7년으로 전국에서 가장 길다.

반면 서울은 기대수명(80.4세)은 물론, 평생 아프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도 73.9세로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시민들의 평균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건강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있고, 병·의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맑은 공기와 물보다는 뛰어난 의료시설이 건강수명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20일 본지가 입수한 보건사회연구원의 '지역별 건강수명의 형평성 분석'에 따르면, 2005년 인구 센서스를 기초자료로 연구한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평균 71.3세로 기대수명(78.6세)까지 7.3년간 병치레를 하면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