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오래 살지만 병치레는 남성보다 3년이상(남성 5.6년·여성 8.9년) 길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5년 인구센서스를 분석한 '지역별 건강수명 형평성 분석' 결과를 보면 특정지역 주민들의 수명이 긴 것과, 건강하게 늙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도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제주도 주민의 기대수명(막 태어난 아기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명)은 79.3세로 전국 2위다. 그러나 건강수명(전체 수명에서 노후 병치레를 하는 기간을 뺀 것)은 69.6세로 뚝 떨어졌다. 특히 제주도 여자의 기대수명은 83.3세로 전국 1위이다. 반면 건강수명은 71.4세로 전국 14위에 그친다. 말년에 '병치레로 고통받는 기간'이 무려 12년에 달했다. 또 건강수명이 가장 긴 서울과 가장 낮은 전남은 5.5세 차이가 나는 등 지역 간 건강수명 격차도 컸다. 기대수명까지 살 때 '병치레로 고통받는 기간'이 남자는 평균 5.6년이지만, 여자는 8.9년으로 훨씬 길었다.

여성 병치레, 제주 12년… 대전은 7.7년

한국 여자의 기대수명(81.9세)은 남자 기대수명(75.1세)보다 6.8세가 길었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여자(73세)와 남자(69.5세)의 차이가 3.5세로 좁혀진다.

통상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살지만, 그 기간 내내 건강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기대수명까지 살 때 '병치레로 고통받는 기간'이 남자는 평균 5.6년인 반면, 여자는 8.9년이나 됐다.

이번 연구를 맡은 변용찬 전 보사연 연구위원은 "한국 여자들은 오래 살지만, 가사나 육아에 바빠 병원을 잘 찾지 않아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한다"며 "여성들은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면 건강수명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건강수명은 서울(75.3세)이 가장 높았고, 대전(74.6세), 경기(74.3세) 순이었다. 전남(70.2세)이 가장 낮았다.

여성들의 '병치레 기간'은 제주(12년)가 가장 길었고, 전남(11.8년), 강원(10.6년), 광주(10.2년) 순이었다. 대전(7.7년)이 가장 짧았고, 서울(7.9년)과 경기(7.9년)도 비교적 짧았다.

병원 쉽게 갈 수 있는 곳, 건강수명 높아

건강수명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73.9세)이 가장 높고, 대전(72.9세), 경기(72.6세), 인천(71.1세), 부산(71.1세) 울산(71세), 대구(71세) 순이었다.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도시였다.

대도시의 특징은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낮아 건강한 젊은이가 많고, 고소득·고학력자가 많아 건강관리와 건강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병·의원들도 많다.

서울에 이어 건강수명 2위를 차지한 대전은 의료기관이 많은데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數)도 서울·광주광역시에 이어 3번째이다.

건강수명이 낮은 경북(69.6세), 강원(69세), 전남(68.3세)은 모두 농촌지역이었다. 특히 건강수명이 가장 높은 서울과, 가장 낮은 전남의 건강수명은 5.6세 차이가 났다.

이렇게 지역 간의 건강수명 차이가 나는 주요 원인은 의료시설의 접근성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서울 2.9명, 전남 1.6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세대 박은철 교수는 "물 맑고 공기 좋은 농촌이 장수하는 지역이긴 하지만, 건강수명 연장은 의료시설과 생활수준·생활환경이 좌우한다"고 말했다.

흡연·음주율 가장 높은 강원, 건강수명 낮아

흡연율과 음주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건강수명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19세이상 남성 흡연율을 보면 강원이 52.7%로 가장 높았고, 고음주율(한자리에서 남자는 7잔, 여자는 5잔이상 주 2회 마시는 이들의 비율)도 강원이 18.9%로 가장 높았다. 강원은 기대수명(77.6세)과 건강수명(69.0세)이 모두 16개 시도 중 15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강원도의 건강수명이 낮은 원인이 흡연과 음주만은 아닐지라도 이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건강검진 참여율도 건강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강원은 건강검진 참여자 비율이 고작 55%, 제주는 53%에 그쳤다. 반면 건강수명이 높은 대도시들은 대부분 60%대를 넘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7세 안팎 정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러나 7세 이상 차이가 나는 지역의 경우 주민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수명의 격차를 줄이려면 지자체들이 앞장서 주민들의 음주·흡연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건강검진을 적어도 주민 80%가 받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