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60명… 美 감동의 신장 기증 릴레이

일자리도 없이 베트남인 부인과 사는 릭 루자멘티(44)씨는 지난해 2월 캘리포니아주(州) 리버사이드 병원을 찾았다. 헌혈 한 번 한 적 없는 그는 "할인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옛 친구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신장을 주기로 했다"는 요가 선생님 이야기에 감명받아 신장 기증을 결정했다.

루자멘티씨가 병원을 찾은 지 6개월 만인 지난 8월 15일. 그의 신장은 뉴저지주 리빙스턴의 한 병원에서 66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신장 이식자의 조카인 34세 여성은 삼촌이 루자멘티씨의 신장을 이식받기로 하자 자기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 여성의 신장을 이식할 만한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냈다. 두 살 난 딸을 홀로 키우며 신장병으로 투병 중이었던 브룩 키즈먼(30)씨가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번엔 키즈먼씨의 아이 아버지이자 옛 남자 친구가 신장을 기증하겠다며 적합한 이식자를 구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기 신장을 내어준 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선행이 4개월 동안 60명이 연이어 신장을 기증하고 이식받은 대형 장기 기증 릴레이로 번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30명이 신장을 이식받아 새 삶을 찾은 선행 릴레이는 미국 11개 주(州)의 17개 병원에서 이뤄졌다. 장기 기증자 대부분은 이식자와 모르는 사이로, 신장 이식이 필요한 가족이나 친구가 모르는 사람에게서 신장을 받는 데 대한 일종의 답례로 자기 신장을 또 다른 사람을 위해 내놓았다.

신장 이식 릴레이의 기술적 발판은 데이터 처리 회사 사장 출신인 개릿 힐씨가 만들었다. 2007년 열 살 난 딸이 신장 결핵 판정을 받은 후 기증자를 찾느라 고생했던 경험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당시 힐씨 부부는 딸에게 신장을 주고 싶어도 조직이 맞지 않아 손을 쓸 수가 없었고 일가 친척에게 모두 연락하고 사정한 끝에 조카로부터 간신히 신장을 기증받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힐씨는 '가족이나 친구가 신장을 이식받는 대가로 자기 신장을 다른 환자를 위해 내놓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를 위해 신장 조직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특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번에 60명이 참가한 신장 기부 릴레이는 힐씨가 2007년 말 만든 비영리 기구 '전미 신장 등록소'에 '124번 고리'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신장 기증 릴레이가 확산할 경우 미국에서만 약 2000~4000건 추가 기증 효과가 발생한다.

루자멘티씨가 4개월 전 시작한 '124번 고리'의 마지막 수혜자는 일리노이주 졸리에트에 사는 40대 중반의 도널드 테리씨였다.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진 테리씨는 기증자를 찾지 못해 1년 넘게 고통스러운 투석 치료를 받아왔다. 신장 이식을 위해 5년 넘게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감옥에 갇힌 듯 살았다"는 테리씨는 지난해 12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50대 여성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 여성은 남동생이 역시 모르는 사람에게서 신장을 받은 보답으로 자기 장기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