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원초적 매력 속 나약함까지… 50년 전 먼로가 고스란히

마릴린 먼로만큼 큰 가슴을 가진 것도, 그의 사랑스러운 백치미를 타고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에서 먼로 역할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32)는 '세기의 섹스 심볼'의 변덕과 영리함, 원초적 매력과 나약함을 은막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세상을 떠난 먼로에게 온기를 불어넣는 데 필요한 건 가슴이나 성적매력이 아니라 그의 재능과 상처를 꿰뚫어보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역량이었다.

영국 감독 사이먼 커티스의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은 먼로가 1956년 영화 '왕자와 무희'의 촬영차 영국을 방문한 시기를 담았다. 먼로는 감독이자 남자 주인공 로렌스 올리비에(케네스 브래너)와의 잦은 의견 충돌과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으로 점점 지쳐간다. 그는 자신을 감싸주는 조감독 '콜린'(에디 레드메인)에게 점차 끌리게 되고, 두 사람은 촬영장을 벗어나 일주일 동안 친구 이상, 연인 이하인 관계를 보낸다.

영화는 콜린이 훗날 먼로와 보낸 일주일을 기록한 동명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면서도 약(藥) 기운에 의지해 살아야 했던 먼로의 삶을 밀도 있게 담아낼 수 있는 소재임에도 영화는 상처받은 아이 같은 먼로의 모습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 2차원적인 연출 속에 갇힐 뻔한 먼로를 3차원으로 되살리는 것은 온전히 윌리엄스의 몫이다.

커티스 감독은 연출보다 배우 캐스팅에 더 재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콜린의 회고록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을 때, 사후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는 먼로역을 맡을 여배우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스칼렛 요한슨, 케이트 허드슨, 에이미 애담스 등의 여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다는 추측성 보도가 나왔지만 커티스 감독은 "윌리엄스 말고 다른 배우를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영화에 따르면 먼로는 걸핏하면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사도 제대로 못 외워서 촬영을 지연시켰다. 밉살스레 보일 법도 한데, 윌리엄스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이마저도 받아들이게 만든다. 윌리엄스가 비스듬하게 고개를 기운 채 어린아이와 같은 눈빛으로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볼 때, 한숨이 길게 나온다. 먼로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그의 상처받은 영혼에 대한 연민이 뒤섞인 탄식에 가깝다. 29일 개봉.

[이것이 포인트]

#장면
마릴린 먼로가 떠난 후, 콜린이 영화시사실에서 혼자 먼로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는 장면. 그의 눈빛엔 경탄과 연민이 가득 담겨 있다.

#대사
"사람들이 다 나를 떠날까 봐 두려워요."(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던 마릴린 먼로의 말)

#해외평
'미셸 윌리엄스는 사라지고 마릴린 먼로만 남았다.'(CNN)

#이런 분들 보세요
왜 아직도 대중이 먼로를 잊지 못하는지 궁금한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