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교 1개씩… "차드에 꿈 심어줍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오후 아프리카 중북부 국가 차드(Chad)의 도고레(Dogore)마을. 45도가 넘는 더위 속에 모데스톤(11)과 클로(9) 형제가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프랑스어 알파벳이 적힌 공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6.6㎡(2평) 남짓한 진흙집엔 한 줄기 빛도 없었다.

형제가 다니는 움막학교는 걸어서 2시간 거리에 있다. 황량한 모래벌판 한가운데 덩그러니 지어진 9.9㎡(3평) 크기의 이 학교에는 형제처럼 집에서 몇 시간씩 걸어온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진흙벽돌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지난 11일 이 마을에 서양식 학교가 문을 열었다. '라이브의 황제' 가수 이승철(46)씨가 지은 유치원~초등학교 과정의 'Lee&Chad School(리앤차드스쿨) 1호'다. 이씨는 작년 국제구호개발기구 굿네이버스에 10년간 총 30여억원을 기부해 매년 차드에 학교를 1개씩 짓기로 약정했다. 이씨는 "작년 4월 차드를 방문했을 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우고자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6·25 전쟁 직후 뜨거운 교육열로 발전한 한국처럼 차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주민 1000여명은 학교를 방문한 이씨와 부인 박현정(48)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전통 음식을 대접했다. 목발을 짚은 장애 소년도, 막내동생을 업은 소녀도 이날 학교에 와서 새 책가방과 학용품을 받고 이튿날부터 학교에 다닐 생각에 뛸 듯이 기뻐했다.

흔히 차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으로 비유된다.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고 남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라 농사도 어려워서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 이슬람교도와 그리스도교도 간 내전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문맹률이 70%에 이르고 약으로 간단히 치료되는 말라리아로 연간 300여명이 죽는다.

리앤차드스쿨 1호는 기초 교육이 필요한 10대 후반~20대를 포함해 앞으로 600여명의 학생을 무료로 가르친다. 1㏊ 부지 위에는 교실 8칸 외에 우물, 수세식 화장실, 놀이터, 보건소, 급식소, 교사용 기숙사도 있어 앞으로 지역 거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리앤차드스쿨 1호가 입소문이 나면서 자기들 마을에도 학교를 지어달라며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를 찾아오는 부족장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승철씨는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300만원이면 우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커피 한 잔 값도 아끼게 된다"고 말했다. 부인 박씨는 항상 차드 어린이들의 사진을 십여장씩 들고 다니며 지인들에게 차드를 알리고 후원을 권하고 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여러분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