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라 향가 한 수 찾아냈나

지난 2000년 경주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목간(木簡·나무 문서)의 한문이 향가(鄕歌)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구결학회장인 이승재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22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구결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 '목간에서 찾은 신라 시가(詩歌) 2수'에서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터에서 출토된 8세기 추정 통일신라시대 목간의 글이 신라 향가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가설이 공인될 경우 기존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신라 가요 14수와 균여전에 나오는 고려 초기 보현십원가 11수 외에 현존 향가 목록에 작품 하나가 추가된다.

이 교수는 목간의 글씨를 새로 분석한 결과 "'万本來身中有史音○今日○三時爲從支(이상 앞면)財叢放賜哉(○는 판독 불능)'로 판독됐다"며 "이 23자 중에서 판독이 가능한 19자 중 향찰(鄕札·한자 음·훈을 빌려 한국어를 적는 방식의 하나)로 사용된 글자가 13~16자에 이르는 등 아주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간 글의 행 분절을 향가 형식에 맞춰 보니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면서 "결국 이 글은 10행체 향가의 8·9·10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머지 행은 미발견 목간에 나눠 기록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판독문에서 '골(万)'은 '군(君)'을, '몸(身)'은 '신(臣)'과 '민(民)'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문을 의역하면 '군주는 본래 (당연히) 신하나 백성에게 있다. 오늘 (기준) 삼으신 것을 따라 재물을 모으면서 (동시에) 내놓으시는구나'로 풀이된다"고 했다. 시(詩)의 화자는 군주가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재(財)'를 모으고 나눠 주는 것을 칭송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적정 기준에 따른 과세와 공정 분배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이 교수는 신라 성덕왕 때 구휼의 기준을 세우고 백성들에게 땅을 나눠준 일이 있는데 화자는 이를 칭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에 '만신가'(万身歌)라는 제목까지 붙였다.

이 교수의 해석은 앞으로 학계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가 연구의 권위자인 김완진 서울대 국어국문과 명예교수는 "목간의 글을 향가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반면 구결학회장을 지낸 남풍현 단국대 국어국문과 명예교수는 "목간의 한자를 향찰 글자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대목이 보인다. 내용 해석도 남들이 납득할 수준이 돼야 하는데 미흡한 감이 있다"고 했다.

목간이란 종이가 없던 시절 나무에 글을 기록한 문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물건 확인을 위한 꼬리표 목간과 행정사항을 기록한 문서 목간이 주로 출토되었다. 그 밖에 학습 목간, 시가 목간 등이 있다. 1997년 일본에서 출토돼 2008년 해독된 만엽가(萬葉歌)가 시가 목간으로 유명하다.

☞ 향가

삼국시대 말에 시작돼 통일신라 때 성행하다가 말기부터 쇠퇴해 고려 초까지 지어졌던 한국 고유의 정형 시가(詩歌). 한자의 음(音)과 훈(訓)을 빌려서 우리말을 표기한 향찰이나 이두(吏讀)로 적었다. ‘헌화가’ ‘처용가’ ‘제망매가’ ‘찬기파랑가’ 등 25수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