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좌우 대립, 연애로 풉시다"

출구 없는 좌우대립과 완충 없는 진영논리를 돌파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작가 이응준(43)에 따르면 연애가 최선이다. 아니, 정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사랑밖에 없다. 그의 새 장편 '내 연애의 모든 것'(민음사)은 난마처럼 뒤얽힌 한국사회의 모순들을 날렵하게 가로지르는 문학적 돌파다. 치기와 순진에 들뜬 천진난만한 시도로 평가절하하지 말 것. 340여쪽에 이르는 이 '희극적 인생교본'을 마치고 나면, 사랑과 정치에 대한 작가의 위트 넘치는 시선을 자발적으로 응원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우선 시선을 고정시키는 대목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 조롱과 풍자. 물론 "즐기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여긴다면 문학적 무지와 정신병리적 망상"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이 작품에는 현역 의원들의 혈압을 올리고 핏발을 서게 만들 캐릭터와 상황들로 빼곡하다. 주인공은 여당인 새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김수영과 야당인 진보노동당 소속 국회의원 오소영. 나중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오르게 만드는 비운의 연인으로 거듭나지만, 시작은 당연히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작가는 그 둘을 배경으로 부정부패와 권모술수로 얼룩진 우파의 다선 의원들을 비웃고, 세상을 구한다면서 정작 스스로는 구원하지 못하는 좌파 노처녀 의원의 아이러니를 재치있게 꼬집는다.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해"라며 인턴여직원을 성희롱하는 새한국당 문봉식 의원이나 열세 살 어린 연예인에게 남편을 빼앗긴 뒤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진노당 고동숙 의원에게서 독자들은 분노 혹은 연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응준의 시선에서 고질적 이분법의 원인은 모두 '가짜들의 득세' 때문. 그는 "지금의 갈등은 진정한 좌파도 없고, 진정한 우파도 없는 가짜들의 세상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니겠느냐"면서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왜곡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코미디로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 작가적 야심을 후원하고 지지하는 것은 소크라테스, 스피노자, 니체, 프로이트, 푸시킨, 스탕달, 괴테, 잭슨 폴록, 몽테뉴, 톨스토이, 하이네 등 예술가 선배들. 그들로부터 인용된 적시적소의 유머와 통찰이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보다 풍성하게 살찌운다.

소설 후반 이념의 철조망을 훌쩍 넘어선 김수영은 국회연설에서 "가짜 새한국당 의원이고 가짜 민주통일당 의원이고 가짜 진보노동당 의원이라서 피차 더러운 원수밖에는 되지 못하는 것"(303쪽)이라고 일갈한다. 자신의 진영에서 제대로 된 열정과 성실로 일관한다면, 이념을 달리하더라도 서로를 인정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작가는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서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면서 "사실 그 거대한 벽은 결국 허당과 허깨비의 합성"이라고 했다.

1990년 스무 살의 나이로 등단한 지 올해로 벌써 23년째. 작가로서 비단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의 문학적 관심은 점점 고독한 내면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3년 전 장편 '국가의 사생활'이 자본주의의 취약성을 고발한 누아르였다면, 이번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남한 사회의 이분법적 갈등을 경쾌하게 갈아엎는 로맨틱 코미디다. 정치의 남루함과 사랑의 고귀함이 그 안에 있다. 어쩌겠는가. 사랑한다는데. 이분법적 진영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한 번쯤 일독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