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15] 1923년 '全조선 소년야구' 선수 자격은 키 154㎝ 이내

1921년 6월 25일 오후 6시, 배재학당 운동장에서 열린 소년야구대회 결승전에 느닷없이 '맹풍괴우'가 휘몰아쳤다. 이로 인해 "우승기는 열다섯 조각으로 찌져저 날리고, 깃대는 부러져 사람을 때리는 몽둥이로 변하얏다."

이 '배재학당 운동장 야구대회 살풍경(殺風景)'은, 성서 주일학교가 배재를 5대3으로 꺾고 우승하자 배재 측에서 뒤늦게 성서의 '만 16세 이하 소년' 선수에 '부정 분자'가 있다고 항의하다, 갑자기 "초패왕의 긔세로 학생, 관람객, 남녀노유를 불문하고 함부로 닥치는 대로" 패면서 빚어졌다. 수십명의 부상자를 낸 이 경기장 폭력사태는, 서대문서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간신히 진압됐다. 이후 배재학생들은 '확실히 회개하기까지는' 운동경기는 물론 음악회, 강연회, 토론회 등 모든 집회에 '참가 불허'한다는 조처가 내려졌다.(1921년 6월 27, 28, 29일자)

조선일보는 사설 '배재학당의 폭행'(6월 27일자) 등과 기고문 '배재(培材)냐 배재(培災)냐'를 통해(6월 30~7월 1일자) 질타했고, 1921년 7월 26일자부터 9차례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과 향후 경기장 폭력 근절대책 등을 논의했다. 그만큼 '조선의 미래'인 고보(高普) 학생들이 벌인 사건의 충격은 컸다.

'경기장 폭력'은 1923년 5월 열린 '전조선 자전거 대회'에서 '조선 자전거계' 최고봉 엄복동(嚴福童)이 일본 선수에 뒤처져 "처음으로 자전긔 경주의 일등을 빼앗기게" 되자, 흥분한 관중들이 방석을 던지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하거나(1923년 5월 8일자), 전남 광주에서 열린 광주고보 학생과 일본인 팀 간의 경기에서 일본인 관중의 시비로 빚어진 '야구장에서 대풍파'처럼(1924년 6월 20일자),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의 경기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그러나 조선인끼리의 폭력 사태는 선수 자격을 둘러싼 분쟁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당시 나이 든 학생이 많았기 때문에 같은 학년이라도 체격 차이가 심했기 때문이다.

1923년 11월 열린 제2회 전조선축구대회 결승전이 무기 연기됐다. 양팀이 '선수 자격' 문제를 놓고 다투면서 시간을 끌자, 화가 난 관중들이 '입장권 갑'을 물어내라고 소리쳤다. 와중에 경기를 관람하러 '학생머리를 하고' 온 기생들이 '부인석'에서 줄담배를 피우다 여학생과 시비가 붙으면서 싸움판이 커져, 결국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1923년 11월 25일자) 이로 인해 조선체육회 간부들이 전원 사퇴했고, 최린(崔麟)이 새 회장으로 취임한 뒤에야 결승전을 치렀다.(1923년 12월 10일자)

그래서 1923년 열린 '전조선 소년야구대회'를 주최한 자하청년회 측은, "선수자격에 대하야 여러 가지의 문제가 만히 생기여 왓슴으로…년령 표준보다도 신장 표준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며, 대회 참가 자격을 년령은 불문하고 4척8촌(145㎝)으로 했다가 5척(151cm)으로, '이것 역시 시원치 못하다'는 선수들 말이 있어 다시 5척1촌(154cm)으로 늘렸다.(1923년 3월 18일, 4월 16일자) '인천 유년야구대회'의 선수자격은 4척6촌(139㎝) 이내였다.(1923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