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풀자" 정부는 "불가"… DTI(소득에 따른 대출 금액 제한) 운명은?
입력 : 2012.02.23 03:01
총선 앞두고 화두 떠올라
藥인가 - "주택시장 많이 안정됐는데 대출을 받아 집 사라는 잘못된 신호 국민에 줄 수도"
毒인가 - "주택경기 침체 가속화해 경기 전반 위축시키는 부작용… 오히려 가계 부채 늘릴 것"
주택 시장의 대표적 금융 규제이자 가계 부채의 '뇌관'으로 불리는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 수준에 따라 은행 대출 상한선을 제한하는 제도) 완화 문제가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최근 DTI 규제 완화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강하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자 새누리당은 주택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DTI 규제 전면 철폐를 4·11 총선 공약으로도 검토 중이다.
정부도 여당 요구에 따라 DTI 완화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900조원을 훌쩍 넘은 가계 부채 문제 등으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DTI는 가계 부채와 직결된 만큼 이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경우 자칫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고 가계 부채를 방치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 만큼 '실제 주택 담보대출의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와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획재정부 등 "DTI 완화는 곧 '가계 부실' 확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DTI 추가 완화 요구에 대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는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정은보 금융정책국장은 "DTI를 손댈 생각이 없다. 약간 수정도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입장이 단호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 건설업계에서 자꾸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 DTI는 양보 대상이 아니다"며 "소형 평형 아파트나 무주택자에 대한 DTI 비율 추가 완화조차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DTI 완화를 강하게 반대하는 배경에는 DTI 완화가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기재부 김건영 부동산정책팀장은 "안 그래도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DTI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면 자칫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에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는 2011년 말 기준 900조원을 돌파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5%를 넘어선 상황이다.
최근 주택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 데다 정책 일관성을 해치고, 거래 활성화 효과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도 이유다. 금융위 당국자는 "최근 한두 달 새 주택 인허가 물량이 많이 늘 정도로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굳이 다른 수단을 쓸 필요가 없다"며 "작년 3월 원위치시킨 규제를 1년도 안 돼 또 바꾸는 것은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집을 사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많기 때문"이라며 "2010년 DTI 완화 당시에도 반짝 효과를 봤지만, 이후 시장에 큰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당 일부와 업계는 "DTI로 부채 늘고 침체 가속화"
지난해 정부가 주택 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DTI 완화를 주장했던 국토해양부도 DTI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택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DTI 규제를 풀어야 하지만, 쌓여만 가는 가계 부채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권도엽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DTI 등 금융 규제는 가계 부채에 대한 염려 때문에 금융권에 자율적으로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만희 차관도 "개선할 점은 있지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관계 부처와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DTI 완화는 가계 금융 부실로 이어질 소지가 있지만, 강남 3구를 투기지역으로 계속해서 묶어 둘 근거는 사라졌다는 논리에서다. 투기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서 전국 2개월 평균 집값 상승률의 1.3배 넘는 곳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강남 3구의 주택 가격은 전국 집값 상승률보다 오히려 더 떨어지는 추세다.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이 지역의 DTI 적용 비율은 기존 40%에서 서울의 다른 지역과 같은 50%로 높아진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DTI가 오히려 가계 부채를 늘리고 주택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DTI 규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 부채는 줄지 않고 오히려 경기 전반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려고 해서가 아니라 지방의 신규 아파트 분양에 따른 집단 대출과 경기 불황으로 인한 생계형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했거나 대출을 과도하게 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을 팔지 못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있는 만큼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DTI 규제는 보금자리주택과 함께 기존 주택시장의 수요 둔화를 가져왔던 근본적인 요소”라며 “DTI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젊은 세대나 신규 취득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금융기관이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 즉, 대출 신청자의 연소득에서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부채의 연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대출 금액이 정해진다. 금융감독원은 빚을 갚을 능력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리는 것을 막기 위해 2006년부터 투기지역 여부에 따라 40~60%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도 여당 요구에 따라 DTI 완화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900조원을 훌쩍 넘은 가계 부채 문제 등으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DTI는 가계 부채와 직결된 만큼 이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경우 자칫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고 가계 부채를 방치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 만큼 '실제 주택 담보대출의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와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획재정부 등 "DTI 완화는 곧 '가계 부실' 확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DTI 추가 완화 요구에 대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는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정은보 금융정책국장은 "DTI를 손댈 생각이 없다. 약간 수정도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입장이 단호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 건설업계에서 자꾸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 DTI는 양보 대상이 아니다"며 "소형 평형 아파트나 무주택자에 대한 DTI 비율 추가 완화조차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DTI 완화를 강하게 반대하는 배경에는 DTI 완화가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기재부 김건영 부동산정책팀장은 "안 그래도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DTI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면 자칫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에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는 2011년 말 기준 900조원을 돌파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5%를 넘어선 상황이다.
최근 주택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 데다 정책 일관성을 해치고, 거래 활성화 효과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도 이유다. 금융위 당국자는 "최근 한두 달 새 주택 인허가 물량이 많이 늘 정도로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굳이 다른 수단을 쓸 필요가 없다"며 "작년 3월 원위치시킨 규제를 1년도 안 돼 또 바꾸는 것은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집을 사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많기 때문"이라며 "2010년 DTI 완화 당시에도 반짝 효과를 봤지만, 이후 시장에 큰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당 일부와 업계는 "DTI로 부채 늘고 침체 가속화"
지난해 정부가 주택 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DTI 완화를 주장했던 국토해양부도 DTI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택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DTI 규제를 풀어야 하지만, 쌓여만 가는 가계 부채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권도엽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DTI 등 금융 규제는 가계 부채에 대한 염려 때문에 금융권에 자율적으로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만희 차관도 "개선할 점은 있지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관계 부처와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DTI 완화는 가계 금융 부실로 이어질 소지가 있지만, 강남 3구를 투기지역으로 계속해서 묶어 둘 근거는 사라졌다는 논리에서다. 투기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서 전국 2개월 평균 집값 상승률의 1.3배 넘는 곳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강남 3구의 주택 가격은 전국 집값 상승률보다 오히려 더 떨어지는 추세다.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이 지역의 DTI 적용 비율은 기존 40%에서 서울의 다른 지역과 같은 50%로 높아진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DTI가 오히려 가계 부채를 늘리고 주택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DTI 규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 부채는 줄지 않고 오히려 경기 전반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려고 해서가 아니라 지방의 신규 아파트 분양에 따른 집단 대출과 경기 불황으로 인한 생계형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했거나 대출을 과도하게 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을 팔지 못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있는 만큼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DTI 규제는 보금자리주택과 함께 기존 주택시장의 수요 둔화를 가져왔던 근본적인 요소”라며 “DTI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젊은 세대나 신규 취득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금융기관이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 즉, 대출 신청자의 연소득에서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부채의 연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대출 금액이 정해진다. 금융감독원은 빚을 갚을 능력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리는 것을 막기 위해 2006년부터 투기지역 여부에 따라 40~60%로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