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흐름 꺾이나… 수출株 불안

엔고(円高) 흐름이 꺾이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달러당 75엔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엔화 환율이 22일 80엔을 회복했다. 최근 많은 전문가가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한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약세 전망에 가장 먼저 빨간불이 켜진 것은 자동차주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는 일본 업체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는 곧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엔고 시대 저물면 수출주 부담"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자동차주는 올해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11% 상승하는 사이 KRX자동차 업종 지수는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증시가 2020선을 돌파하는 사이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승률이 한자릿수대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와 경쟁하는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엔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았는데,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IT(전기전자) 업체의 경우 일본 업체의 경쟁력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업체의 경쟁은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자동차주에 더 민감하게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KTB투자증권의 정용택 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최저치(75엔)에서 9% 정도 오른 80엔 수준이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수출 업체에는 부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주는 수혜 입을 수도

다만 일부에서는 엔화 약세가 수출 업체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지만, 일본에 들어가 있던 자금이 빠져나와 세계 다른 나라 증시로 몰려가며 오히려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전문가들은 안전 자산인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위험 자산 선호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내수주가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표적인 내수주로 꼽히는 음식료주 CJ제일제당은 올해 12% 넘게 상승하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고, 유통주 현대홈쇼핑과 호텔신라도 각각 11~15%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 업종인 전기전자와 철강, 화학 업종은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내수주 전기가스와 금융, 통신 업종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노선, 100엔당 원화 1300원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해 이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재훈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에 들어와야 할 투자 자금을 오히려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일본이 흡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세계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고 있어 엔화 약세에 따른 피해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단 그는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3원 아래로 하락하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