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한다니 부럽다고" 세종시는 딴 세상

"1년 전만 해도 세종시에 가길 다들 꺼렸죠. 하지만 요즘은 어떤 아파트가 좋냐며 다들 수군거립니다. 세종시 가는 공무원이라고 부럽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중장기 주택 공급량 많아 변수

세종시 주택시장이 활황이지만 중장기 전망은 유동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세종시가 자족적인 도시가 되려면 행정기관 외에 주변 도시와 연계한 과학벨트사업 등이 진행돼야 한다. 이런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향후 주택 공급량도 많은 편이다. 인구 50만명 규모의 도시로 계획된 세종시에는 2015년까지 6만가구, 2020년까지 6만가구, 2030년까지 8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시간을 두고 꼼꼼히 따져 청약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세종시 주택시장의 향방은 행정기관 외 상업·과학·교육 분야에서 얼마나 자족성을 갖춘 도시로 성장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6급 공무원 김모(43)씨는 올 상반기 세종시의 아파트에 청약할 예정이다. 김씨는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아이들 교육을 위해 경기도 분당에 집을 구해서 세종시까지 출·퇴근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가족이 다 함께 내려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중앙 부처 공무원이 모두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좋은 학군이 형성될 것 같아 큰 걱정거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건설사들이 사놓은 땅조차 반납하며 외면받던 세종시가 올봄 분양 성수기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에만 8000가구가 분양된다. 최근 세종시에선 청약통장 불법거래, 분양권 프리미엄(웃돈)도 등장했다. 다음 달 세종시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양건설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 분위기에서 중견 건설사들은 세종시 분양만 바라보고 산다"고 말했다.

◇세종시 주택시장 과열 조짐

최근 세종시에선 5~6년 전 주택시장 과열기에나 볼 수 있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 시범단지에서 후분양으로 선보인 첫마을 푸르지오(1084가구), 힐스테이트(1164가구) 등은 연말 입주 때 프리미엄(웃돈)이 2000만~3000만원씩 붙어 거래됐다. 세종시에서 청약통장 불법 거래와 분양권 전매 등이 기승을 부리자, 검찰과 경찰 등 15개 기관은 '세종시 부동산 투기대책본부'를 만들어 단속에 나섰다. 전국의 주택시장에서 '찬밥' 취급을 받는 중대형 아파트도 세종시에서만큼은 인기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분양한 '세종시 푸르지오'의 경우 전용면적 74㎡인 소형과 대형(101㎡) 아파트의 계약률이 93.5%로 같았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올 상반기 세종시로 몰려든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8276가구. 올해 최소 1만가구 이상이 세종시에서 분양될 예정이다. 중흥건설이 오는 24일 1831가구를 분양하는 것을 비롯해 현대건설, 한양건설, 호반건설 등이 상반기 중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주택경기보다 정부 부처 이전 영향 커

전국적인 주택경기 침체 속에 세종시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것은 행정기관 이전(移轉)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말까지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12개 기관 공무원 4139명이 세종시로 옮긴다. 내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18개 기관에서 4116명, 2014년에는 법제처 등 6개 기관에서 2197명이 이전한다.

세종시 이전 대상인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중산층이고 교육열이 높아 우수한 학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종시는 전국적인 교통망이 우수하고 기반시설, 녹지 계획이 다른 신도시에 비해서도 우수하다. 건설사들이 세종시에서는 3.3㎡당 700만원 후반~800만원 초반에서 분양가를 정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도 있는 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세종시는 주택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나 홀로' 호황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