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실패도 발명에 대한 나의 열정 못 꺾어"

"제가 낸 특허와 실용신안 등이 모두 100여건이지만 절반 이상은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해 상품화에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발명 연구는 끊지 못하겠더군요. 저는 사업가라기보다 발명가거든요."

발명가이자, 자신이 만든 발명품을 생산하는 직원 50명의 제조업체 3S(Three-S Co.,Ltd.)를 갖고 있는 김복성(54) 회장은 "그래도 가끔 잘 팔리는 발명품이 나와 직원들 월급 주는 건 문제없다"며 웃었다.

김씨는 원래 서울시 조경과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1994년 2월, 15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었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던 아내의 병세가 악화돼 이식 수술 외엔 살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죽으면 우리 식구 다 함께 죽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표를 쓰고 퇴직금 3000여만원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비용으로 퇴직금은 다 날아갔다.

생계를 위해 뛰어든 게 '발명'이었다. 첫 작품은 콘크리트로 만든 가로수 보호판. "시민들이 담배꽁초를 가로수 보호판 구멍 안으로 막 던질 때였어요. 지자체들이 해결책을 찾던 때였죠."

구조는 간단했다. 가로수가 숨쉴 수 있도록 나무와 보호판 사이의 공간은 그대로 두면서 꽁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구멍을 아주 작게, 대신 많이 만든 것이다. 단순한 제품이지만 '수요'가 존재했던 만큼 호응은 컸다. 5년간 생산하면서 실적이 좋은 해는 30억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그때 '나의 적성은 발명'이라 확신했다고 한다. "공무원 때도 가끔 생활 개선 아이디어 공모 같은 걸 하면 꼭 당선되곤 했거든요."

지인 2명과 함께 아예 동두천 폐사(廢舍)를 구해 작업실을 만들었다. 발명 연구에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생활이 시작됐다.

다음 발명품은 충격을 흡수하는 차도 가드레일(난간). 잘 구부러지도록 네 토막으로 자른 난간 세로 강철봉(높이 80㎝) 속에 나선형 강철 스프링을 넣은 이 발명품은 충격을 받으면 휘면서 흡수한다. 다리에 설치하면 시속 80㎞로 달리는 14t 차량이 들이받아도 차가 강에 빠지지 않고, 시속 100㎞로 달리는 승용차가 부딪쳐도 탑승자가 크게 다치지 않는다. 홍수로 침수돼도 부서지지 않는 난간을 찾던 서울시가 2004년 이 가드레일을 잠수교 전 구간(795m)에 설치해 피해액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체인과 기어를 2개씩 부착해 힘 소모를 줄이고 구동력을 높인데다 원터치 방식으로 핸들을 분리해 자동차 트렁크에 쉽게 실을 수 있는 자전거를 발명했다. 이 자전거는 24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 바이크쇼 2012'에 전시될 예정이지만 잘 팔릴지는 알 수 없다.

그에겐 사업적으로 실패한 발명이 더 많다. 빛의 굴절 원리를 이용해 만든 사각(死角) 확인용 차량 백미러 렌즈는 투자비를 30억원이나 들였지만 거의 팔리지 않았다. 오래된 보도블록에 낀 흙을 파내는 장치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몇몇 히트 상품 덕에 그의 회사는 연 매출 200억원의 중소기업으로 컸지만 그는 수입이 들어오는 족족 발명 비용 등으로 쓴 탓에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올해 겨우 집 한 채를 마련해 얼마 전 중도금을 치렀을 정도다. 그러나 삶의 만족도는 세월이 갈수록 더 커진다. "만들고 싶은 게 아주 많아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