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이성당 골목, 이젠 '맛의 거리'로

전북 군산의 이성당은 단팥빵, 야채빵의 달콤하고 고소한 내음과 함께 근대사의 여운이 머무는 곳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지금의 이름으로 새 출발하면서 확장과 리모델링이 있었지만 그 뿌리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이즈모야(出雲屋)' 과자점이었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군산시 중앙로에 문을 열어 9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군산시민과 영욕을 나눠오면서 변치 않는 빵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군산시민들이 한국 최고(最古)의 빵집으로 소개하는 이성당에서 옛 월명동사무소 구간의 400m 거리는 '먹자골목'이다. 폭 10m의 거리 양편에 해장국집 10여곳을 비롯, 생선탕과 갈비·백반·소바·칼국수집 50여곳이 자리잡아 아침부터 손님들의 발길을 모은다.

군산시가 이 골목을 '맛의 거리'로 새단장한다. 간판과 함께 식당들의 외관을 개선하고 도로를 정비하며 그늘 쉼터 등 편의 시설물을 설치한다. 간판의 경우 약간의 공공예산까지 후원, 디자인과 재질에 일부 통일성을 부여하면서 음식점 또는 메뉴에 따라 특색을 살려낸다. 도로를 재포장하고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되 근대 거리의 면모도 드러낸다는 구상이다. 시는 "'휴식이 있는 풍경'을 테마로 쾌적한 거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이 편안히 걷게 하되 주민 의견을 수렴, 주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맛의 거리 조성은 군산시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시행하는 도시 관광 활성화사업의 하나다. 시는 '1930 근대군산, 시간여행' 이란 테마로 이 사업과 함께 원도심 탐방로 정비 및 스토리텔링 공간화, 근대역사문화극 상설공연 등 프로젝트를 벌여간다. 국비와 시 예산을 절반씩 모두 32억6000만원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으로 '점'으로 자리한 군산 근대문화 유산들을 '선'과 '면'으로 확장, 입체화해간다는 취지다.

원도심 탐방로 조성은 군산 내항의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월명동 근대역사체험공간까지 700m 도로를 정비해 밤에도 근대 경관을 보여주는 사업이다. 이 일대 스토리텔링 공간화는 조선은행, 군산세관, 동국사 등 근대 건축물과 소설 '탁류'의 무대에 표지석·안내판 등을 세우면서 이들 공간이 간직한 근대 이후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사업이다.

군산 근대역사문화극은 지역 극단 '둥당애'가 원도심 주민들을 배우로 참여시켜 작년 11월 초연한 연극이다. 극장으로 개조를 마친 내항의 옛 대한통운 창고에서 연중 공연한다.

시는 상반기 중 이들 사업의 설계를 마치고 연내 소프트·하드웨어 조성을 끝낼 계획이다. 문화관광부는 공모에 의해 군산과 함께 부산·인천·강원 영월·충남 아산을 도시관광 활성화 지원 도시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