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에게 겨드랑이털 노출 어땠냐 물으니…

수북한 겨드랑이털을 보여주고도 사랑스러울 수 있는 여배우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공효진은 전계수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러브 픽션'(29일 개봉)에서 "내가 살던 알래스카에선 겨드랑이털을 기른다"는 이유로 당당하게 겨드랑이털을 드러내고 다니는 희진 역할을 맡았다. 영화사 직원인 희진은 겨드랑이털을 기르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남자와 잠자리를 갖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여자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공효진은 또 한 번 '공블리'의 힘을 발휘해 매력적으로 바꿔놨다. '공블리'는 공효진과 러블리(lovely·사랑스러운)를 합친 말. 지난해 공효진이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공효진을 만났다. 그는 약간 뾰족뾰족한 말투로 말하다가도 결국은 씨익 웃으면서 말을 마무리했다. 구애정('최고의 사랑')과 서유경('파스타'), 송미래('네 멋대로 해라'), 선경('가족의 탄생') 등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처음에는 엉뚱하고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면 사랑스러웠다.

―겨드랑이털 노출이 부담스럽지 않았나(영화 속 털은 가짜다).

"별로. 겨드랑이털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길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영화를 본 남자들이 '희진과 연애해 보고 싶다' '희진의 당당함이 멋있다'고 하더라. 아마 마릴린 먼로나 앤젤리나 졸리가 겨드랑이털을 내보이며 섹시한 화보를 찍었다면 겨드랑이털은 트렌드가 됐을 것이다."

―'가족의 탄생' '미스 홍당무' 등에서 맡았던 영화 캐릭터들이 대부분 독특하다.

"시나리오를 보다 보면 '3년 전에 나온 건데' 싶은 캐릭터들이 많다. 그런 것에는 흥미를 못 느끼겠다. 특히 여성스럽고 뻔한 캐릭터들."

―그럼 어떤 걸 선호하나.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예쁘고, 남자들이 목숨 걸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역할은 별로다. 내가 승부를 걸 수 있는 카드가 거기엔 없다. 혼자 우뚝 서는 여자나 다양한 모습을 가진 여자가 좋다. 이런 여자도 있고, 저런 여자도 있는데, 그들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인지 여자들에게 인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서 있기만 해도 예쁜 여배우'나 '예쁜 척할 수 있는 여배우'가 부러웠던 적은 없나.

"애교부리거나 예쁜 척하는 걸 못한다. (교태스러운 목소리를 흉내 내며) '승범앙~'(공효진 애인이 배우 류승범)이라고 못하고 (무뚝뚝하게) '뭐 했냐, 밥 먹었냐'라고 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런 여배우들도 다 힘들어한다.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못하더라. 나처럼 편의점 앞에서 캔맥주를 마시는, 그런 거. 영화에선 독특한 캐릭터를 했지만, TV드라마에선 내가 또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지 않나.(웃음)"

―특히 지난해엔 '최고의 사랑'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파스타' 하기 전까지는 내가 '마이너스'나 '네거티브'에 가까운 배우라고 생각했다. 남자한테 애교 부리는 여자를 보면 재수 없었고, 예쁘고 귀여운 건 나한테 안 어울리는 듯해 피했다. 다른 여배우들이 핑크색을 고를 때 난 회색을 골랐다. 그런데 귀엽고 예쁜 역할을 맡으니까 대중의 반응은 오히려 따뜻하더라.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진작에 그런 걸 좀 할 걸 그랬다."

―벌써 연기생활 13년째다. 출발은 모델이었고.

"처음으로 '여고괴담2'에 조연으로 나왔을 땐 연기에 뜻을 두고 있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밤을 새우는 주연배우들을 보면 불쌍했고, 내가 나온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땐 '다른 애들은 예쁜데 난 이상하구나'란 생각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넌 누구니, 어디서 나타났니'라며 관심을 갖고 칭찬까지 해주더라. 거기에 희열을 느끼면서 더 잘하고 싶었다. 그런 희열은 지금도 원동력이다."

―앞으로 맡을 역할이 궁금해진다.

"보이시(boyish·소년 같은)하고 무심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여성 캐릭터를 다양하게 넓히는, 용감하고도 희망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어렸을 때 인기도 없었고,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도 최고 성적은 반에서 13등이었다. 잠깐일지라도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 대체불가능한, 0순위 배우 말이다. 그래서 요즘 다른 여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유심히 살펴본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