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TALK] 디자인, 맞들면 샘솟아

"디자인도 맞들면 낫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좁게는 한 나라, 넓게는 전 세계적 중지(衆智)를 모으는 디자인 프로젝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러 디자인분야 중에서도 특히 '서비스디자인' 부문에서 이 흐름이 뚜렷하다. '서비스디자인'은 무형(無形)의 서비스를 시각화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디자인의 한 분야. 가령, 전기요금이 지난달보다 더 나오면 고지서에 레드카드를 연상시키는 빨간색을 넣어 전기 절약을 유도하는 식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장치나 방안, 즉 아이디어다. 개별 디자이너의 감각이 관건인 시각적 디자인과 달리 이처럼 다수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공공(公共) 목적의 아이디어'가 중요해지면서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서비스 잼'. 세계 각국에서 같은 주제로 진행되는 비영리 행사로 서울에선 24~26일 '글로벌서비스 잼 서울'이 열린다.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주제는 비밀. 각국 기획단이 그 도시의 현지 시각으로 24일 오후 7시에 주제를 공개한다. 참가자들은 48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발표 장면을 트위터 등 SNS로 생중계하고, 아이디어를 웹사이트에 올려 공유한다. '영웅(Hero)'이 주제였던 지난해에는 전 세계 50여개 도시에서 1200여명이 참가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누구나 영웅이 되게 하는 방안 등 200여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한국 기획단 대표 이규호씨는 "올해는 참가 도시가 94개로 늘었다"며 "참가 인원은 도시별로 다른데, 48명을 모집한 한국 행사는 접수 1시간 만에 마감됐다"고 했다.

'디자인 다이브'도 다방면의 사람들이 서비스디자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사단법인 서비스디자인협의회가 주최한다. 현재 진행 중인 3번째 주제에는 디자이너, 컨설턴트, 예술가 등 50여명이 5개 팀으로 나눠 참여한다고 한다. 프로젝트 운영진인 디자인진흥원 윤성원 과장은 "2014년 완공 예정인 광주광역시 아시아문화의전당 내 창작 공간의 활용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정인애 서비스디자인협의회 이사는 "SNS 등이 발달하면서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해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