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노린 꼼수?… 급등株 다시 보자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앞둔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자금 조달 계획 발표를 앞두고 몇 달 새에 주가가 2배로 뛰는가 하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자금 조달을 앞두고 기업들이 호재성 공시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가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투자자들이 '기업이 좋아졌구나'라고 생각해 자금 조달이 쉬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투자방식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하거나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기간 주가 상승 뒤 대규모 증자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업체인 G사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급등했다. 계기가 된 것은 전년 전체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대형 계약 체결 소식이었다. 11월 초 300원대에 머물던 G사의 주가는 한 달 반 동안 약 55.9% 상승하며 485원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오르면서 수급이 원활해지자 G사는 곧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로 총 23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금형부품을 생산하는 L사는 이달 초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히자 주가가 나흘 만에 28.8% 상승했다. 주가가 오른 후 L사는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고, 개인들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은 282대 1에 달했다.

주가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하면 투자자들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이즈음 기업은 유상증자를 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을 손쉽게 유혹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신주의 발행가액도 올라가게 된다. 보통 제3자배정이나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은 총 거래금액을 총 거래량으로 나누어 기준주가를 산출한다. 주가가 높게 형성돼 거래금액이 높아질수록 증자 규모도 커지고 회사로 돈이 많이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주가 부양을 위해 공시를 내는 것을 공시 시점에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호재성 공시의 경우 사후심사를 통해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 틈타 들어갔다가 날벼락

그러나 이렇게 오른 주가가 '날벼락'을 맞는 경우도 많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호재성 공시로 주가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는 기업이라면 그만큼 '구멍'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식업 관련 업체인 T사는 올해 1월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발행가액이 최근 주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었지만 한 달간 주가가 97.9%나 상승한 덕분에 청약경쟁률은 190대 1을 넘어섰다. T사는 이런 기세를 이어 추가로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두 번의 유상증자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T사의 주가가 꺾이기 시작한 시점은 급등 두 달 만인 올해 2월 들어서다. 차익 매물이 출회되기 시작한 데다, T사가 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들어 T사 주가는 29.6% 하락했다.

합성수지 등을 제조하는 B사는 올해 1월 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상증자 직전 한 달간 주가가 56.0%나 오른 덕분에 유상증자 모집가액도 당초 계획했던 5억원보다 1억원이 늘어났다. B사 역시 1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가 결정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B사는 이달 1일을 끝으로 매매거래가 중단됐다. B사가 자산과 부채를 실제보다 적게 계상하는 등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B사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상 자금 조달이 끝난 회사는 적극적으로 주가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