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3대 신용평가사가 금융시장서 영향력 큰 이유는?

신용 강등 佛, 국채 발행 성공 〈조선일보 2012년 1월 18일 B2면〉

프랑스가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16일(현지 시각) 낮은 금리로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지만, 예고된 악재라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한달 전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이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낮추자,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이에 반발해 신용평가사를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오늘은 신용평가가 무엇이고 왜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신용평가는 무엇을 평가할까요?

신용평가는 채권 등 금융상품을 발행하는 회사의 신용도를 평가해 신용등급이라는 심벌로 나타내는 것이랍니다. 즉 기업의 망할 위험을 표시하는 것이지요. 신용평가는 해당 회사의 부채 상환 능력을 신용등급으로 표시합니다. 신용평가회사마다 신용등급 심벌이 약간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채권 신용등급을 AAA, AA, A, BBB, BB 등으로 표시하고 있고, 무디스(Moody's)는 Aaa, Aa, A, Baa, Ba 등으로 표시합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GM의 사례를 들어보죠. GM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채권으로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2005년 초만 해도 GM은 S&P로부터 투자등급인 BBB-의 신용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GM이 만든 자동차가 안 팔리고 회사의 상황이 나빠지자, S&P는 GM의 신용등급을 BB로 떨어뜨렸습니다. 이후에도 GM의 경영사정은 더욱 나빠져서 2008년에는 CCC+까지 신용등급이 낮아졌지요. 거의 부도에 임박한 기업에 대해 매기는 등급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GM은 사업 일부를 폐쇄하고 경영혁신을 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2011년에는 영업실적과 재무실적이 호전되자 신용등급이 다시 BB+로 올라갔습니다. 이처럼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의 영업과 재무 상황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고, 신용등급의 변화는 다시 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회사의 존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는 왜 영향력이 큰가요?

현재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신용평가사는 10개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용평가사는 S&P, 무디스, 그리고 피치(Fitch) 등 3개사뿐입니다.

10여년 전 S&P가 독일의 주요 국영기업과 재보험회사의 신용등급을 낮추었을 때, 독일이 이에 반발해 S&P나 무디스에 버금가는 독일계 신용평가사를 키우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독일계 신용평가사는 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3대 신용평가사만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오래된 역사와 업력(業力)으로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넘보기 힘든 명성을 쌓고 있다는 점입니다. 3대 신용평가사들은 1910년 전후에 설립돼 100년 안팎의 기간 동안 신용평가업무를 해오면서 명성을 높이 쌓아 올렸고, 이것이 다른 신용평가사들에게 시장 진입의 장벽이 된 거지요.

둘째는 투자자들이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만을 투자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관행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특정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금융상품 발행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이들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게 되는 거지요.

셋째, 신용등급을 사용하는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습니다. 기업과 금융회사, 국가들의 해외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신용평가 이용이 확대됐지요. 더욱이 금융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반면,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여러 상품의 신용도를 비교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영향력이 커진 것입니다.

왜 신용평가사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인가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잘못된 신용평가가 금융위기의 원인 중에 하나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다수의 투자상품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상품의 신용평가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높은 신용등급을 주었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서둘러 신용등급을 떨어뜨림으로써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상품 발행회사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공공적 역할을 사기업인 신용평가사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한 소수 신용평가사에 집중된 과점(寡占)적 시장구조도 한몫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고요. 신용평가사에 대한 느슨한 규제가 신용평가사의 과점화를 부추기고 잘못된 평가를 하게 된 요인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제적으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용평가사를 인가하는 기준을 만들고, 규제기관이 신용평가사를 직접 규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또한 신용평가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용평가 방법을 대외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등 규제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신용평가사와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한국에도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와 같은 국내 신용평가사가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내에서 발행되는 채권 등의 신용평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신용평가사들은 국내에서조차 영향력이 낮은 상황입니다. 아직까지 신용평가를 받아야 할 금융상품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의 신용평가사들은 정부 주도로 도입됐고, 규제도 강하기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처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같은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국가신용등급

국가신용등급은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 제때에 상환될 가능성을 분석해 신용등급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이렇게 매겨진 신용등급은 각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국가신용등급은 그 나라에 속한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은행 신용등급은 일반적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등급으로 한 뒤, 재무상황 등을 감안해 등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퀴즈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모기지라고 하는데, 이 금융상품을 기초로 다수의 상품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상품이 부실화됨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2월 29일(수) 오후 5시 마감, 3월 2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회 정답 : 특허괴물〉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김명희 김정자 김종선 김홍익 김휘동 노병진 노현일 유태욱 윤정숙 이봉희 이서용 이영숙 이은총 이정화 이준원 전순자 정경순 정태현 조정섭 조정호 최낙안 최수식 최혜림 허은영 황윤희)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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