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된 디자인'은 유통기한이 없다

사물의 언어
데얀 수직 지음｜정지인 옮김｜홍시｜334쪽｜1만5000원

이런 의문.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에는 셔터가 없는데도 왜 '찰칵' 소리를 내는 걸까? 신간 '사물의 언어'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의 카메라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진화해온 결과로 뚜렷이 정의된 카메라만의 공식적 언어"를 만들어냈는 바, 셔터 소리야말로 그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휴대폰 제작자들은 "이미 지나가고 있는 기계시대의 '유물들'이지만, 스크린 안의 세상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등가물이 존재하게 만듦으로써 그 유물을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인 저자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예술과 상업과 디자인이 교차하여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 오늘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온갖 형태로 표출되는 디자인은 산업사회(또는 후기 산업사회)의 DNA이다. 그것은 우리가 현대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려 한다면 반드시 탐구해야 할 암호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 번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싶어 하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의자와 탁상용 스탠드다. 조정 가능한 조명 스탠드는 기술과 창의성이 결합되어야 한다.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조명 스탠드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생산된다. 휴대전화는 6개월마다 새로운 모델에 밀려나고 캐논의 신제품 카메라 개발 주기는 2년이 채 안 된다. 새로운 자동차가 5년 이상 매력을 유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최초의 조정 가능한 작업용 조명 스탠드인 '앵글포이즈'는 1930년대에 선을 보인 후 지금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으며, 최근 버전을 봐도 최초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앵글포이즈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단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범주가 되어버린 첫 사례"로 자리 잡았는데, 1950년대 말에 대량 판매용 소형 승용차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미니'도 그랬다. 이 외에도 저자는 고급 손목시계가 만년필과 달리 부자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미국의 고속도로 표지판에 사용되는 서체 '인터스테이트(interstate)'체에 얽힌 이야기 등을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