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2호선 역, 이름 고치면 팔자도 고쳐질까

지난 6일 서울 잠실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구청장과 구민 간의 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이름을 바꿔달라"고 건의했다. 신천역의 발음이 신촌역과 비슷하고 신천역이 위치한 곳이 신천동이 아니라 잠실본동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주민들 사이에선 신천역 대신 '신잠실역' 등이 대체 후보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이라는 이름이 잠실에 걸맞지 않게 왠지 싸 보인다' '이름이 바뀌면 집값이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신천동에 있는 역은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이다. 하지만 잠실나루역도 원래 이름은 '성내역'이었다. 역이 있는 곳이 성내동이 아니라 신천동이고, 성내동은 정작 강동구에 있다는 이유로 재작년 잠실나루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잠실동에 있는 역 이름은 신천역으로, 신천동에 있는 역은 성내역으로 돼 있던 셈이다.

지하철 2호선만 해도 행정구역과 역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곳이 많다. 상왕십리역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상왕십리동이 아닌 하왕십리동에 속하고, 대림역도 구로동에 위치해 있다. 신촌역도 신촌동이 아닌 노고산동에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답은 지하철역 이름을 정할 때 행정구역뿐만이 아니라 정거장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지역 명칭이나 옛 지명 등을 쓰기 때문이다. 굳이 '동' 이름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도시가 계속 변하면서 생긴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신천역 역시 잠실과 맞닿아 있는 지금의 한강을 잠실 개발 이전에 '새내' 또는 한자명으로 '신천'(新川)으로 불렀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보는 설이 유력하다. 잠실 개발을 하면서 잠실 남쪽을 흐르던 한강 본류를 막자 지류였던 신천이 지금의 한강 본류가 되고, 신천이라는 지명이 점차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도 운동장 이름이 변경되고 철거되면서 '서울운동장역' '동대문운동장역'이라는 이름을 차례로 거쳤고, 예전의 '구로공단'역도 지금의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뀌었다. 군자차량기지에 인접해 있는 지금의 용답역도 애초 '기지역'이었지만 창동 등지에 다른 차량기지가 생기면서 이름을 바꿨다.

지하철역 개명 요구는 끊이질 않는다. 개중에는 홍보나 지가 상승 등을 노리는 경우도 많다. 2호선에 산재한 대학교 이름의 역들이 대표적이다. 애초 '동교역'이었던 홍대입구역은 학교 측의 요구로 개통 4일전 이름이 바뀌었고, '화양역'이었던 건대입구역도 학교 측의 요구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하철 2호선 설계에 참여했던 백모(65)씨는 "2호선 계획할 때가 12·12사태 직후라 굳이 쓸데없이 대학 사회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학교 측의 요청이 있으면 대부분 들어줬다"고 했다. 지하철 2호선 건설 당시 기획조사과장을 맡았던 김모(73)씨는 "서울대 입구에서 2㎞ 가까이 떨어져 있는 서울대입구역도 애초 관악역 등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결국 서울대입구역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역 이름을 바꿔달라는 민원 전화가 매일 1통화 이상씩은 꼭 걸려온다"며 "역 이름을 바꿀 경우 도로표지판, 노선도 변경 등 1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무조건 들어주기 어렵다"고 했다.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장은 "지하철역에 동네 이름이 들어가거나 좋은 이름이 들어가면 땅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 심리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